수도권 인사들이 요즘 즐겨 부르는 '18번'은 '수도권 규제 해제 타령'이다. 규제 때문에 대기업들이 해외 투자로 눈을 돌리는 바람에 국내 투자가 부진하고 이로 인해 고용이 늘지 않고 경기도 살아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과연 기업들이 수도권 규제 때문에 투자를 못하고 있는가. 우리 기업들이 '블루 오션'을 찾지 못해 투자를 안 하는 게 아니라 못하고 있다는 사실은 삼척동자도 안다.
현재 수도권에 대한 규제는 사실상 거의 풀렸다. 외환위기 이후 하나둘씩 해제됐던 규제가 지역균형발전을 외친 '참여 정부'아래서도 야금야금 풀려 첨단 업종에 대한 규제는 아예 없다고 할 수 있다. 신규 투자의 대부분을 첨단 업종이 차지하는 터에 추가 규제 해제 요구는 어불성설이다. 야당인 한나라당은 한술 더 뜨고 있다. 경북 영천 출신의 김문수 경기지사는 '대수도론'이란 '新曲(신곡)'까지 발표하고 국가경쟁력을 높이려면 수도권 규제부터 풀어야 한다고 압박한다. 수도권 언론도 국가경쟁력 제고를 외치며 확성기 역할을 하고 있다.
수도권 규제를 푼다고 국가경쟁력이 높아지는가. 수도권 單核(단핵)구조 강화로 국토 공간 체계가 구성될 경우 수도권 과밀에 따른 비효율을 論外(논외)로 하더라도 수도권의 실패는 국가 전체의 실패로 귀결된다. 수도권만으론 국가경쟁력이 제고될 수도 없고, 날로 격화되고 있는 세계적 경쟁에서 버텨 낼 재간도 없다. 단발 엔진보단 쌍발 엔진이 더 안전하지 않겠는가.
정치권과 중앙부처 인사들의 태도야 그렇다 쳐도 대구시민과 경북도민들의 정치사회 의식의 후진성은 문제다. 대구경북연구원은 8개 업종에서 25개 업종으로 첨단 업종의 수도권 공장 신'증설이 확대되면 대구 1천935억 원, 경북 4조 9천500억 원 생산이 감소하고 대구 1천여 명, 경북 2만여 명의 고용 감소가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낙동경제포럼이 최근 지역민 6천여 명을 대상으로 한 전화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4분의 1만이 '대수도론'을 인지하고 있었다. 심지어 포항시민들은 '대수도론'을 찬성하는 비율이 더 높은 몰지각을 드러냈다.
이런 한심한 정치사회 의식이 '대수도론'을 袖手傍觀(수수방관)하는 국회의원들을 양산한다. 한 지역 인사는 '대수도론'을 들고 나온 김문수 경기지사에 대해 '極左(극좌)에서 極右(극우)로 전향한 인물'이라고 평했다. 극좌든 극우든, 변신이든 전향이든 개인의 선택이니 나무랄 생각이 없다. 걱정되는 것은 자신의 '정치적 출세'를 위해 '信義(신의)'도 '故鄕(고향)'도 하루아침에 내팽개치는 정치인의 창궐이다.
대구'경북 지역에도 '대수도론'에 침묵하고 있는 '김문수 사촌'과 '김문수 친구'인 국회의원은 무수히 많다. 침묵은 적극적인 방조이자, 동조다. 한나라당은 5'31 지방선거 압승에 도취돼 오만하게 '대수도론'을 들고 나왔다가 逆風(역풍)이 일자, 엉거주춤 뒤로 물러섰다. 하지만 표면적으로만 덮어두었을 뿐, 내면적으론 계속 불을 지피고 있는 형국이다. 다가오는 대통령 선거에서 수도권 민심을 얻기 위함이다. 따라서 어저께 박근혜 전 대표의 서문시장 방문도 '대수도론'의 폐기를 천명하지 않는 한 대구시민을 기만하는 것이다. 여자의 변신은 무죄지만 정치인의 변절과 表裏不同(표리부동)은 무죄가 될 수 없다.
그렇다고 수도권 규제 해제와 '대수도론'에 대해 언제까지 자탄만 하고 손 놓고 있을 것인가. 독자 발전 모델을 개발하지 못하고 정치권과 중앙정부의 시혜만 바라는 '천수답 정치 의식'으로는 대구'경북의 발전을 이루지 못한다. 행정복합도시 건설에 대한 반대 급부로 수도권 규제를 푼다면 그 반대 급부로 영남권 신공항 건설 등 지역 현안 해결을 왜 요구하지 못하는가.
대구'경북 지역민들의 정치 의식이 달라져야 경제 발전도 달성된다. 따라서 민생은 뒷전이고 정권 쟁탈에 혈안인 정치인들을 심판하는 眼目(안목) 형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다음 선거부터 -대통령 선거든 총선이든- 이제 이렇게 물어봄이 어떤가. '너 혹시 김문수 아냐?'
조영창 논설위원 cyc58@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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