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문화와 사람)판소리 완창 임혜진·혜정 자매

어른도 소화하기 힘든 판소리 완창 무대에 10대 자매가 나란히 도전한다.

화제의 주인공은 임혜진(17, 경북예고 1, 사진 오른쪽), 혜정(15, 덕원중 2) 양. 10대 소리꾼이 판소리 완창 발표회를 갖는 경우는 가끔 있었지만 자매가 함께 하는 경우는 매우 이례적이다. 긴 노랫말을 외우는 것도 쉽지 않지만 소리를 계속 낼 수 있을 정도의 체력과 소질이 뒷받침 되어야 하기 때문.

특히 이들 자매는 지난해 이미 2시간30분 '흥보가'를 완창 한 바 있어 이번이 두번째 완창 무대인 셈. 도전하는 판소리는 5시간짜리 '춘향가'다. 언니 혜진 양이 15일 오후 3시, 동생 혜정 양은 20일 오후 3시 대구봉산문화회관 대공연장에서 완창 발표회를 갖는다.

혜진, 혜정 양은 작년 '흥보가' 완창을 마친 뒤 '춘향가' 완창을 준비했다. "흥보가를 완창하고 난 뒤 자신감이 생겼어요. 웬만한 공연과 소리는 이제 겁이 안나요" 두 자매는 방학이면 산 공부를 위해 지리산으로 들어갔다. 완창 발표회를 코 앞에 둔 지금 춘향가 CD를 듣고 연습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해 하루를 마감한다. 일주일에 한번 스승인 대구시무형문화재 제8호 이명희 대구국악협회장을 찾아가 실전과 같은 연습을 소화하고 있다.

"저희보다 스승님이 더 고생하세요. 우리 자매 5시간씩 총 10시간 연습을 지도하다 보면 스승님은 파김치가 돼요. 때로 힘들어 포기하고 싶은 생각도 들지만 우리를 위해 고생하시는 분들을 생각하면 힘이 나요" 두 자매는 이구동성으로 멋진 소리꾼이 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혜진, 혜정 양의 국악 배움은 올해 10년째를 맞았다. 혜진 양은 어릴때 "엄마, 아빠" 하는 소리가 하도 커 주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사물놀이 공연을 보면 절로 흥에 겨워 춤을 추는 딸을 보고 부모는 국악 소질을 개발시켜 주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5살 때 국악학원에 보냈으나 더 성장한 후에 배우는 것이 좋다는 말에 따라 8살이 되서야 국악에 입문했다. 혜정 양은 언니가 흥얼 거리는 소리를 옆에서 듣고 따라 부르다 한달 늦게 국악을 배웠다. 2001년 부모님을 따라 부여에서 대구로 온 후 이명희 명창으로부터 본격적인 판소리 수업을 받았다.

혜진 양은 지난해 제12회 달구벌전국청소년국악경연대회 최우수상, 부평풍물대축제 전국학생국악경연대회 대상을 차지했으며 혜정 양은 2000년 9살의 나이로 참가한 TJB(대전방송)주최 제8회 전국학생경연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것을 비롯, 2003년 제17회 전국청소년국악경연대회 대상 등을 수상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두 자매는 창극 '놀보박', '기생점고' 등에 나란히 출연했으며 지난해 11월에는 대구시립국악단 제13회 청소년 협주곡의 밤에 출연, 라이벌 아닌 라이벌 대결을 벌였다.

혜진 양은 타고난 신동은 아니지만 항상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는 모범 학생이다. 경북예고에서 학급 회장을 맡을 정도로 책임감이 강하다. 혜진 양의 꿈은 '흥보가', '춘향가', '심청가', '수궁가', '적벽가' 등 판소리 다섯마당을 완창하는 것. "진정한 소리꾼이 되기 위해서는 판소리 다섯마당을 완창 해야 합니다. 다섯마당을 내 것으로 만들어야 기초를 튼튼히 세웠다고 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혜진 양은 다음에는 '심청가' 완창에 도전할 계획이다.

혜정 양은 목청이 타고 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고 싶은 것도 많고 또래와 어울려 놀기 좋아하는 중학생이지만 미래를 위해 자제 할 줄 아는 인내와 판소리 악보를 만들어 많은 사람들이 쉽게 배울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장래 희망을 조금씩 키워 나가고 있다.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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