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침해 논란과 대법원 위헌 판결에도 불구, 중앙정보국(CIA) 관할의 해외 비밀감옥에 감금해온 9.11 테러용의자들을 끝내 군사법정에 세우겠다는 조지 부시 대통령의 발표가 또 다른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한마디로 군사법정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어떻게 담보할 것이며, 테러용의자들을 재판하면서 본인들에게 국가안보상 기밀을 이유로 구체적 증거를 적시하지 않을 경우 제네바 협정을 정면 위배할 수 있다는 게 그 핵심 논지다.
더욱이 부시 대통령은 전날 CIA가 테러용의자들의 구금 및 심문에 계속 관여할 것이라고 강조, 해외감옥 폐쇄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함으로써 '안보 대 인권' 논란의 소용돌이에 휩싸이고 있다.
시민자유연맹, 국제 앰네스티 등 인권단체들은 7일 "알 카에다 고위급 테러 용의자들을 이른바 인민재판식 '캥거루 법정(kangaroo court)'에서 재판받게 해선 안될 것"이라며 "해외감옥은 고문의 변형된 형태"라며 강하게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앞서 9.11 이후 지난 2002년 국방부가 급히 마련한 시행규칙은 피고에게 비밀로부쳐지는 증거를 토대로 이들에게 사형까지 선고할 수 있도록 했고, 증인들이 직접 목격한 것이 아닌 전해들은 것을 말하는 이른바 '전문(傳聞) 증거'의 효력을 인정하고 항소도 민간법정에 할 수 없도록 제한하는 등 피고인에게 불리한 내용이 많아 인권단체들의 강한 반발을 사왔다.
특히 인권단체 '워치'의 톰 말리노우스키는 이날 "비밀 CIA 감옥에 감금돼 있는'유령' 죄수들이 더 이상 투옥돼 있지는 않지만 미국 감옥에 수용돼 있는 죄수들은 적어도 국제적십자의 충분한 접근이 보장되는 법적 절차, 인권남용을 거부하는 군사규정에 의한 심문 등이 보장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군사법원 고위관계자들도 외국인 테러용의자들을 기소하겠다는 백악관의 계획에 대해 이날 비난공세를 가했다.
부시 대통령의 구상은 테러용의자들에게 비밀로 부쳐지는 증거를 토대로 재판을 진행하는 만큼 피고인들의 인권을 유린하는 결과를 가져올 게 분명하다는 주장이다.
앞서 부시 대통령은 해외 비밀감옥의 존재를 처음으로 시인하면서 이곳에 수감돼 있다가 쿠바의 관타나모 기지 수용소로 이관된 알 카에다와 탈레반 테러용의자들이 군사위원회에서 군사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의회가 근거 법률을 제정해 줄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부시 대통령의 이 같은 요구는 지난 6월 미 대법원이 대통령 지시로 임의로 설치된 군사위원회에서의 재판이 위헌일 뿐만 아니라 전쟁포로에 관한 '제네바 협약' 위반이라고 판결한 데 따른 것이다.
미 국방부의 고위 법률가들도 이날 의회 증언에서 테러 혐의로 구금돼 있는 용의자들을 기소하려는 구상에 반대의견을 제시했다. 아무리 테러용의자들이라 해도 자신의 피소 근거가 되는 증거 접근을 제한할 경우 제네바 협약에 정면 위배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워싱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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