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동과 처용이 삼국유사를 박차고 나오다/전경원 지음/꿈이있는세상 펴냄
"···둘은 내 아내의 것인데 둘은 누구의 다리인가. 본디 내 것이었지만 빼앗긴 것을 어찌 하겠는가."
아내의 부정을 목격한 처용은 오히려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춘다. 분노가 치솟는 상황이지만 처용이 선택한 방법은 상극(相剋)이 아닌 상생(相生)이었다.
저자는 신라시대 이후로 고려를 거쳐 조선, 그리고 지금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끊임없이 처용을 노래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본다. 갈등과 대립, 분노와 응징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처용이 보인 진정한 관용정신을 바라는 마음 때문이라는 것.
책은 '구지가', '공무도하가', '황조가'로 대표되는 상고가요와 '서동요', '처용가', '모죽지랑가', '도솔가' 등 14편의 향가를 들여다보며 그 속에 담긴 우리 민족의 무의식적 사고와 삶에 대한 태도를 되짚어본다. 배경설화에 상상력을 보태며 노래에 숨어있는 여러 상징을 걷어냄으로써 일연 스님이 옛노래를 삼국유사에 실은 의도를 넌즈시 살핀다. 240쪽. 9천800원.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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