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감포에서 만난 주민들은 자존심이 강했다. 일제시대인 1920년 개항을 하고 1937년 인천광역시의 전신인 제물포읍과 같은 해 읍으로 승격할 정도로 '잘 나가던 지역'이었기 때문일 게다.
하지만 1980년대를 전후해 어획량이 크게 줄면서 감포의 경제 성장은 갈수록 쇠락하고 있다. 감포읍민들은 예전 화려했던 시절에 대한 그리움과 함께 다시 한번 고장을 부흥시켜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이 교차하고 있었다.
◇일제시대 어업 전진기지 감포항
감포항 앞 동해 남부 해역은 대륙붕이 잘 발달하고 한류와 난류가 교차하는 지역으로 어자원이 풍부한 곳이다. 이 때문에 일제는 감포항을 어업전진기지로 삼았고 수산업 중심지역으로 성장시켰다.
당시 감포 인구 3천여 명 중 700~800명이 일본사람이었고, 이들은 대부분 수산업 관련 분야에 종사했다고 한다. 이들 일본인들이 영향력을 행사해 감포리는 양북면에서 분리돼 인접 9개 리와 병합해 1937년 7월 1일자로 감포읍으로 승격했다.
감포 토박이 양무줄(89) 할아버지는 "당시 경주군내 세금 중 감포에서 내는 세금이 다른 읍면을 합친 것보다 많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부자 어촌이었다."며 "부산까지 하루 1회 왕복하는 정기선도 있었다."고 회고했다. 2차대전이 끝나갈 무렵에는 배와 재산 등을 밑에서 일하던 감포 사람들에게 주고 간 일본인도 꽤 있어 졸지에 부자가 된 사람들도 많았다고 한다.
◇쇠락하는 감포
해방과 더불어 일본인들이 주거나 버리고 간 배를 활용해 감포 주민들은 고기잡이를 하면서 경제도 활성화됐다. 하영명(84) 할아버지는 "해방 후부터 1980년대까지만 해도 고기가 잘 잡혀 '감포에선 개도 돈을 물고 다닌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호황을 누렸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감포에는 한 때 술집도 많고 도박도 성행했다고 한다. 또 자식들을 대구나 부산 서을 등지로 유학을 보내는 경우가 많아 이들이 방학 때 돌아와 마을대항 축구대회 등을 개최하기도 했다. 하지만 잘 나가던 감포는 80년대 이후부터 어획량 감소에다 고기값이 떨어지면서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은파수산(주) 김한식(60) 대표이사는 "면세유는 1드럼당 11만1천원 정도로 4, 5년전에 비해 배 이상 올랐지만 고기값은 2, 30년전이나 별반 오른 것이 없다."면서 "이같은 상황에서 어획량도 크게 줄어 주변의 상당수 선주들이 앞으로 몇년이나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최근 동해안 어민들에게 있어 오징어가 차지하는 비중은 70% 정도에 이른다. 경주수협 김철규(53) 상무는 "러시아-원산- 울진- 감포-부산로 이동하는 오징어를 3년전부터 북한수역에서 1천100여척의 중국어선단들이 싹쓸이해 우리어민들의 피해가 심각해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고 말했다.
횟집도 대구∼-포항간 고속도로 개통 이후 크게 타격을 보고 있다. 한 횟집 주인은 "예전에는 대구 손님들이 많았지만 대구∼포항간 고속도로 개통이후 절반 이상 손님이 줄어 타격을 입고 있다."고 말했다. 감포 육거리에서 수산물을 팔고 있는 김인출(75) 할머니는 "40여년 동안 장사를 했지만 이렇게 장사가 안되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돌파구를 찾자
감포의 많은 사람들은 호황기에 대한 그리움과 함께 상당한 위기의식을 갖고 있다. 고기를 잡고 양식을 하는 등의 현재의 수산업으로는 전업이 될 수 없고, 어업에 대한 희망이 없는 만큼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지난 60년대 종반 한때 1만 7천 300명이던 감포인구는 지금 7천300여명으로 줄어 초라한 어촌으로 전락하지 않을까 걱정들 하고 있다.
감포 토박이인 송경도(57) 감포부읍장은 "교통불편과 읍도심 확장부지의 제한, 상수 및 용수의 부족 등 여러가지 요인으로 감포가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감포항과 동해안이 연계된 해양관광레저단지 조성 등의 획기적인 지역개발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경주∼감포간 4차선도로를 조기 확장하고, 지난 70년대 박정희 대통령 시절 추진했던 감포관광단지 조성사업을 하루 빨리 마무리해 관광객을 유치해야 한다는 것.
이같은 위기의식과 절박감 때문에 감포주민들은 요즘 한수원의 본사 이전문제에 '올인'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한수원 본사 이전을 계기로 예전처럼 다시 한 번 잘 사는 감포가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이다. 한수원 본사 주변에 연관 기업체들이 들어오고 좋은 학교와 좋은 의료시설이 들어서고 사람들의 왕래가 잦아지다 보면 그 주변지역인 감포읍과 양북면도 더불어 상승 발전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너무나 높고 절박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경주·김진만기자 fact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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