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랑한데이)남편 빈 자리 채운 아들·딸

1979년 9월 9일. 그 해 봄에 만나 3개월의 연애 끝에 그이와 결혼식을 올린 날이다. 큰 딸을 낳고 둘째 아들을 낳았을 때 나는 소리없이 눈물을 흘렸다. 그이는 "수고했다. 수고했어."라고 말하며 내 손을 꼭 잡아주었다. 그리고 병실에 누워있는 나에게 그이는 수박을 내밀며 먹으라고 했다. 훗배가 아파 소변조차도 보기 힘든 그때에 사온 수박은 맛도 못보고 간호사 선생님께 드렸다.

지금도 수박을 보면 그때가 생각난다. 해마다 수박은 볼 수가 있지만 한 번 가신 그이는 다시 볼 수 없어 가슴이 아프다. 결혼 생활 불과 4년 8개월 남짓, 그이는 저 하늘로 가셨다. 세월이 흘러 둘째가 벌써 제대 후 취직을 했고, 큰 딸은 맡은 일을 열심히 하며 "돈 많이 벌어 시집가기 전에 엄마 집 사주고 간다."고 한다. 힘들지만 잘 적응해주고 잘 자라준 아들과 딸에게 고마울 뿐이다.

두 아이에게 한다고 해도 늘 부족한 것 같고 늘 안쓰러웠는데 이 말로 대신한다.

"아들아 딸아! 사랑한데이."

김현숙(대구시 달서구 상인3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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