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 출장오기 위해 서울역을 찾았던 김진영(33·경기 부천시) 씨는 몇 번이나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대구역'을 가야할 지, '동대구역'으로 가야할 지 도무지 감이 오지 않았기 때문.
김 씨는 "서울에는 '서울역', 부산에는 '부산역', 대전에는 '대전역'이 주 정착지인데 왜 대구는 '동대구역'이냐."며 황당해했다.
대구의 대표역인 동대구역의 명칭을 이제는 '대구역'으로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KTX 정착역인 동대구역(대구 동구 신암동)이 대구를 대표하는 관문역인데도 동대구역이란 명칭이 여전히 쓰여지고 있어 외지인들에게 큰 혼란을 주고 있는 것.
동대구역의 하루 평균 이용객은 5만여 명으로 대구역(1만5천여 명)의 3배가 넘는다. 또 KTX 103회, 새마을호 35회, 무궁화호 91회, 통근열차 20회 등 하루 평균 249회의 여객열차가 다닌다.
하지만 대구역은 KTX는 서지 않고 새마을호 20회, 무궁화호 70회, 통근열차 2회 등 92회가 운행되는데 그치고 있다. 동대구역이 명실상부한 대구·경북권의 최대 중심 역인 셈.
1905년 경부선 개통과 함께 대구·경북 지역 첫 기차역이 된 대구역은 1969년 6월 동대구역이 신축되면서 위상이 급격히 쇠퇴했다. 반면 동대구역은 KTX 개통과 함께 '동대구역 역세권 개발' 계획, 동구 신서동 혁신도시 예정지 선정 등 개발 프로젝트가 잇따라 발표되면서 새로운 도심으로 각광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대구역과 동대구역이 명칭 때문에 혼돈한 승객들의 하소연이 끊이지 않고 있다. 대구역으로 승차권을 끊었다가 뒤늦게 추가 요금을 내고 동대구역에서 하차하는 승객들도 적지않은 것.
때문에 실제로 다른 지역의 역에서 대구로 오는 열차 승차권을 발매할 경우 매표 역무원이 대구역인지, 동대구역인지를 확인한 뒤 승차권을 내주고 있다는 것이다. 동대구역 김종택 역무과장은 "무궁화호나 새마을호 승객의 경우 대구역까지 오는 승차권으로 동대구역에서 내리는 승객이 하루 평균 5~10명에 이를 정도"라며 "구미 이북 지역에서 대구로 오는 승객의 경우, 대구역행 표를 끊어 동대구역에 내리면 추가요금 200원과 수수료 400원 등 모두 600원을 추가로 내야한다."고 말했다.
명칭을 둘러싼 논란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02년 대구시는 외지 방문객들의 혼란이 적지 않다는 지적에 따라 동대구역의 명칭 변경을 두고 설문조사를 벌이기도 했다. 그 결과, 응답자 698명 중 48%인 332명이 동대구역을 대구역으로 바꾸는데 찬성했고 51%인 356명은 반대한 것으로 나타나 찬반 양론이 팽팽히 맞서기도 했다.
명칭 변경을 하기위해서는 철도공사 전 역사의 단말기와 전산 프로그램 을 교체, CI(기업이미지통합) 및 표지판 변경 등에 12억 원 정도가 들 것으로 추산되고 일부 시민들의 반발이 예상되면서 개명 움직임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한편 2002년 당시 설문조사에 참여한 시민들 중 45%가 동대구역을 대구역으로 바꿀 경우 기존 '대구역'의 명칭을 대구 중앙역으로 바꾸는 게 바람직하다고 응답했다. 명칭 변경을 하려면 지자체에서 지역 주민의 의견이 반영된 의견을 건설교통부에 보내 최종 승인을 받으면 가능하다.
한국철도공사 대구지사 관계자는 "철도공사 내부에서도 개칭에 긍정적인 입장이지만 12억 원의 비용을 누가 대느냐가 걸림돌"이라며 "대구시가 적극적으로 나서 비용 부담을 한다면 명칭 변경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역 개통연도 하루평균 이용인구 여객 열차 운행 횟수
동대구역 1969년 5만여명 KTX 103회 새마을호 35회 무궁화호 91회 통근열차 20회
대구역 1905년 1만5천여명 KTX 0회 새마을호 20회 무궁화호 70회 통근열차 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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