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마음의 창'이라 했던가. 눈은 건강 상태뿐 아니라 그 사람의 마음가짐까지 읽게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눈을 해치는 환경에 갈수록 더 심하게 노출되고 있다. 멀티미디어 시대'IT 시대가 열리면서 컴퓨터'영상매체 등의 공격을 많이 받게 돼 있다. 눈의 충혈과 통증'뻑뻑함'異物感 (이물감)은 이제 현대인의 숙명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게다. 전염병의 위협 역시 만만찮다. 요즘 아폴로눈병 非常(비상)이다.
○…전염성이 강한 이 눈병은 감염 며칠 만에 발병해 심하면 失明(실명)하고 다리가 마비될 수도 있다고 한다. 미국 우주선 '아폴로 11호'가 달의 표면에 도착한 1969년 가나에서 시작된 이 눈병은 아폴로 우주선이 달에서 病原體(병원체)를 가져오지 않았나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주로 아프리카에서 아시아에 이르는 지역에 유행하며, 눈에 심한 통증을 수반하는 出血性結膜炎(출혈성 결막염)의 속칭이기도 하다.
○…전국 초'중'고교에 아폴로눈병이 무서운 속도로 퍼지고 있다. 지난달 중순 2학기 개학 이후 남부지방에서 시작돼 전국으로 확산, 8일 현재 480여 개 학교에서 1만 8천 명 이상의 환자가 발생해 비상이 걸렸다. 대구'경북 지역에서도 60여 개 학교의 2천 명 이상의 학생이 이 눈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에선 隔離(격리) 수업 등으로 확산 방지에 안간힘을 써도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모양이다.
○…우리나라에선 1974년 처음 發病(발병)했던 이 눈병은 항상 이때쯤 발생하나 올해는 여름이 유난히 무더워 더 극심한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3~7일 정도 잠복기가 있어 자신도 모르게 감염되며, 발생하면 걷잡을 수 없이 퍼지는 병이어서 확산을 막기 어렵다. 게다가 학생들이 수업을 안 하기 위해 고의로 옮겨 주는 사례도 적잖아 문제가 더 크다고 한다.
○…아무튼 이 눈병의 확산을 서둘러 막아야 한다. 적절한 치료 방법이 없기 때문에 예방이 최선이며, 철저한 개인 위생이 그 지름길이라 한다. 항균비누 등으로 손을 늘 깨끗하게 씻고, 절대로 눈을 비비지 말아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또한 걸렸다 하면 일단은 전문의를 찾고, 수건'그릇'컵 등을 다른 사람과 함께 쓰지 말아야 한다. 공부 안 하려고 고의로 다른 학생에게 옮게 하는 일은 말할 나위도 없고….
이태수 논설주간 tspoe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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