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은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소장으로서 임기가 단축되면 헌법정신을 훼손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6년 임기 보장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청와대에 전달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대법원 관계자는 10일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청와대와 대법원이 전 후보자의 임기 문제를 놓고 재판관직 사퇴 문제를 조율했다고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청와대측에서 전 후보자가 잔여임기 3년만 재직하는 것이 맞는지, 6년이 맞는지를 물어와 4가지 의견을 최근 전달했다"고 밝혔다.
▲헌재소장의 6년 임기 보장 ▲대통령과 국회, 대법원장이 재판관을 3명씩 지명하도록 한 '3대 3대 3 원칙' 유지 ▲헌재소장의 정치적 중립성 보장 ▲차기 헌재소장 임명 때의 절차상 문제점 등으로 요약된 의견을 청와대에 보냈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먼저 헌재소장의 임기를 단축하는 전례가 발생한다면 극단적일 경우 정치적 중립성 보장이라는 헌법정신이 훼손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대통령이 5년의 재임 기간에 헌재소장을 1년마다 교체한다면 총 5명까지 임명할 수 있는 문제점이 있어 이런 폐단을 막기 위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6년의 임기를 보장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대법원 관계자는 "전 후보자의 임기를 6년으로 할 경우 사퇴 후 재임명이라는 절차를 거쳐야 하는 것이 단점이지만 이를 제외하고는 법리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어 6년 임기를 다시 시작하는 것이 헌법정신에 부합한다는 의견을 개진했다"고 설명했다.
전 후보자의 임기를 3년으로 한다면 대통령과 국회, 대법원이 재판관을 3명씩 임명하도록 명시한 헌법정신을 크게 훼손될 수 있다는 부분도 전달했다.
대법원장이 지명한 전 후보자의 임기를 3년으로 할 경우 대법원장 지명 몫이 유지되는 만큼 '대통령 3명, 국회 3명, 대법원장 3명'이라는 지명원칙이 깨져 재판관 구성이 '4대 3대 2'가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원칙은 행정부나 사법부, 입법부가 권한쟁의·탄핵심판·정당해산 등의 심의권한을 갖는 헌재를 견제하기 위해 마련됐다.
헌법이 대통령의 임기를 5년으로, 헌재소장을 겸임하는 재판관의 임기를 6년으로 규정한 것은 대통령이 헌재소장 임명에 적극 개입할 여지를 줄인다는 취지였던 만큼 전 후보자의 임기도 6년을 유지하는 것이 헌법정신에 부합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대법원장이나 헌재소장의 임기를 대통령보다 1년 많은 6년으로 규정한 것은 대통령이 임기 중 헌법기관 수장을 마음대로 임명할 수 없도록 하기 위한 장치라는 게 대법원의 설명이다.
대법원은 전 후보자가 3년 임기로 소장에 임명되면 임기가 끝나는 2009년에는 헌재 재판관 구성 절차가 복잡미묘해질 수 있다는 문제점은 4번째 의견으로 전달됐다.
전 후보자가 3년 임기의 소장에 임명되면 대법원장 지명 몫이 유지되는 것인데, 3년 후 전 후보자가 퇴임하면 소장으로서 전 후보자의 후임은 대통령이, 재판관 후임은 대법원장이 내정해야 하는 혼선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대법원 관계자는 전 후보자 지명 절차의 적법성 논란과 관련, "헌재소장 겸 재판관 후보자의 청문회 절차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만 거칠 것인지, 인사청문특별위원회를 거쳐야 하는지는 국회가 헌법정신에 맞춰 판단해야 할 권한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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