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0광장] 코드 인사에 관한 넋두리

인사가 만사라고 한다. 다양한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것이 인사관리의 핵심이라 한다. 맞는 말인 것 같다. 인사를 잘 하려면 인재의 평가가 전제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근무평정 또는 인사고과라는 이름으로 여러 가지 제도가 고안되어 있다.

그러나 인사고과제도가 아무리 정치하게 짜여있다 하더라도 고과자의 판단을 여러 단계 거친 끝에 비로소 한 사람의 근무평점이 나오기 때문에 주관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 상사에 의한 하향식 평가, 부하 직원에 의한 상향식 평가, 동료에 의한 수평적 평가, 다면평가 등 그 어떤 방법을 채용하더라도 개인의 주관적 판단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승진대상자나 로비를 잘하는 사람에게 평가점수가 후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장의 실정임을 감안하면 근무평가 자체가 어쩌면 형해화된 명분일 수도 있다. 따라서 인사권자의 총체적 판단에 의한 보완이 필요하다 하겠다.

그런 까닭에 인사는 결국 인사권자의 재량에 어느 정도 의존할 수밖에 없고 이는 간부직으로 갈수록 더욱 그러하다. 인사권이 CEO의 고유권한으로 남아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사람을 잘 쓰는 능력은 CEO가 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인사는 컴퓨터 등 기계나 제도가 대신할 수 없는 가치판단을 필요로 하고 통찰력에 의존하는 면이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사를 잘하는 사람이 조직을 잘 이끌어가게 마련이고 성공한 CEO가 될 수밖에 없다.

대통령도 국가의 CEO라 할 수 있다. 따라서 대통령의 인사권은 대통령이라는 직위에서 나오는 일종의 고유권한이다. 대통령의 인사능력은 가장 중요한 대통령 구비요건 중의 하나라는 사실을 국민 모두가 잘 알고 있다.

국민이 대통령으로 선출한 의미 속에는 인사능력에 대한 판단도 당연히 포함되어 있다. 국민이 특정인을 대통령으로 선출한 것은 임기동안 대통령의 모든 권한을 그에게 맡긴 것이라 할 수 있다.

대통령직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는 선거과정에서 검증을 받기 때문에 임기동안 막중한 권한을 당선자에게 맡긴다고 한들 큰 문제가 없다고 보는 것이다. 그 결과에 대한 평가는 다음 대선이나 총선을 통해 하면 된다.

대통령은 자기의 구상과 정책을 잘 이해하고 자기와 손발이 잘 맞는다고 생각되는 사람과 일하고 싶어 할 것이다. 어느 정도 주관적일 수 있겠지만 뜻이 맞지 않고 능력이 없다고 생각되는 사람과 함께 일하도록 강요받는다면 그를 대통령으로 선출한 의미가 없을 수 있다.

이렇게 본다면 노무현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을 이른바 '코드 인사'라고 무조건 비난만 하는 것도 문제다. 사실 지금까지 '코드 인사'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았을 뿐이지 '코드 인사'를 하지 않은 대통령이 과연 있었는가?

그 직위에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그 권한의 범위 내에서 등용하는 것이 무엇이 잘못인가? '코드 인사'는 비단 우리나라에만 해당되는 것도 아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자기 마음에 들지 않은 사람을 중요 직위에 임명한 국가원수가 있었는지 의문이다.

그렇다고 임기까지 제멋대로 하게 내버려두자는 이야기는 결코 아니다. 국민이 실수로 대통령을 잘못 선택한 경우에 대비하여 마련해 둔 최소한의 견제장치 내지 안전장치가 있지 않는가. 탄핵, 국회동의, 청문회 등이 그것이다.

어떤 사람이 그 자리에 적합한 사람인지를 판단하는데 엄격한 윤리적·도덕적 잣대를 들이대는 것도 조금은 문제다. 파렴치한을 교육부총리나 헌법재판소장으로 임명해도 안 되겠지만, 꼭 성인군자를 그러한 자리에 임명해야 되는 것도 아니다.

능력과 도덕성, 둘 다 중요하겠지만 어디까지나 능력이 주 메뉴가 되어야 하고 도덕성은 양념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또 과거보다는 미래가 훨씬 더 중요하다. 인사권자가 밉다고 그가 임명한 사람까지 무조건 맹목적으로 비토하지는 말자. 그 중에 그 직무를 훌륭하게 수행할 인재가 있을 수도 있다.

오철환(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