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포장 안된 배추는 반입금지 '누이좋고 매부좋고'

농수산도매시장 청결 '기대'

이른 새벽부터 산지에서 배추, 무를 실은 차량이 쏟아지면 대구 북구 매천동 농수산물 도매시장의 쓰레기는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생산자와 소규모 도매상을 연결해주는 중도매인들이 출하된 배추, 무를 다듬으면서 그 찌꺼기가 쌓이는 것.

대구시농수산물도매시장 관리사무소 측은 해마다 이들 쓰레기 처리에 10억 원 안팎을 써왔다. 물론 이 비용은 모두 세금으로 충당된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이러한 풍경이 사라지게됐다. 포장되지 않은 배추와 무는 도매시장 반입이 금지되기 때문인데 산지 농민들도 '새로운 기회'라는 반응. '농산물포장 출하제'는 어떤 효과를 가져올까.

◆농민들도 웃나?

농민 곽채영(65·대구 달성군 구지면) 씨는 배추·무 포장유통 정책에 기대감이 크다. 그동안 생산물수집상(산지유통인)을 거쳐 도매시장에서 배추를 출하해 왔지만 정작 자신의 손에 쥘 수 있는 돈은 얼마되지 않는다는 것이 불만.

"규격대로 포장하면 물건을 옮기는 비용이 줄어드니 우리 이익이 더 많아질 겁니다. 제 값 받으려고 구매자를 직접 찾아나서는 수고도 덜 수 있고 생산지를 포장에 기록하니 소비자도 믿고 살 수 있겠죠. 일손은 바빠지겠지만 포장 비용만 지원된다면 농민들의 참여도 늘어나리라 봅니다."

달성군은 그동안 거래 때 유통과정에서 생길 손실을 미리 감안, 덤을 얹어줘야 했던 농민들의 부담이 줄고 규격화된 포장을 통해 품질관리·감독이 효율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군청 농축산과 원예유통팀 관계자는"우선 9, 10월 수도권 도매시장에서 시범사업을 실시한뒤 내년부터 전국으로 확대 시행, 도매시장으로 배추, 무를 출하하려면 반드시 포장해야 한다."며 "시범사업 후 장·단점이 드러나면 이를 지역 농민들에게 적극 알려 미리 대비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포장유통 사업을 추진하면서 농산물품질관리원을 통해 포장재별로 농가에 시범사업 지원 단가 수준의 지원금을 준다는 방침이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

배추, 무의 포장유통이 이뤄지면 도매시장 내에서 생산물을 다시 다듬기, 재선별 작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쓰레기와 수억 원에 달하는 쓰레기 처리비용 문제도 해결된다.

시 농수산물도매시장에 따르면 청과부류(채소부류 포함) 쓰레기가 지난 2003년, 2004년 2만t에 가까운 양이 쏟아졌고 쓰레기 절감 노력에도 불구, 지난 해도 2천t이 넘는 쓰레기가 발생, 그 처리에 골치를 앓아왔다.

이곳 관계자는"포장유통이 이뤄지면 시장 환경이 개선될 뿐 아니라 김치 생산공장, 대형소매점 등 많은 물량을 소비하는 곳에서 요구하는 규격포장 출하요구에도 맞출 수 있을 것"이라며"농산물 하역작업도 기계화돼 물류비용도 줄어들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배추와 무 뿐 아니라 닭고기도 포장유통 시대를 맞는다. 하루 도축되는 닭이 8만 마리 이상인 도축장은 내년부터, 2008년에는 전 도축장이 포장유통 사업 범주에 들게 된 것.

대구시 농수산유통과 관계자는"마리당 포장, 상자단위 포장이 일반화, 도축장 이름, 주소, 상품의 무게가 포장에 기록되면 도축업체가 보다 위생적으로 생산물을 관리할 수 밖에 없게 된다."며"행정당국의 유통망 관리감독 역시 한결 편리해지고 소비자의 신뢰도 확보, 생산농가와 도축업자에게도 소비량 증가에 따른 이익이 돌아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농축산물 포장유통 사업의 또 다른 수혜자는 포장재 생산업체들. 성서공단에 입주한 포장재 취급업체 10여 곳은 새로운 틈새시장이 생긴 것을 환영하는 분위기.

ㅊ업체 관계자는"농산물 포장재의 70~80%는 과일 포장용으로 나간다."며 "앞으로 채소포장재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돼 영업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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