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타계한 통가 국왕이 세운 기록들

10일 밤 뉴질랜드 오클랜드시의 한 병원에서 88세를 일기로 타계한 통가의 타우파 아하우 투푸 4세 국왕은 지난 1965년에 권좌에 오른 세계 최장수 국왕 가운데 한 명이었다.

전체 인구 10만명도 채 안 되는 조그만 태평양 섬나라를 무려 41년 동안 통치해 온 그는 한 때 체중계의 바늘이 가볍게 200kg 선을 넘어가 체중으로만 보면 단연 '왕 중 왕'이라고 할 만큼 몸무게가 많이 나가는 군주로도 유명했다.

하지만 그는 지난 1976년 몇 차례 심장에 이상이 생기면서 주치의의 조언에 따라 30kg 정도를 감량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건강한 식생활과 운동을 병행하는 피나는 노력 덕분이었다.

그런데도 과체중 문제는 계속해서 그를 괴롭혔다. 키가 195cm로 장대하기는 했지만 오히려 그 때문에 체중을 줄이는 데는 한계가 있어 그로 인한 건강 문제가 끊이지 않았던 것이다.

지난 1988년부터 금년 초까지 그가 심장질환으로 타계했다는 소문은 시도 때도 없이 뜬구름처럼 오클랜드와 통가에 떠돌아다닐 정도였다. 그 만큼 그의 건강 문제는 많은 사람들의 관심사였다.

건강 문제에도 불구하고 그가 88세까지 산 것은 평균수명이 66세에 그치는 통가 남자로 보면 기록적인 장수에 속한다.

체격이 장대한 이유 때문인지는 몰라도 그가 1967년 즉위식 때 쓴 왕관은 세계에서 가장 무거운 왕관이었던 것으로 알려 졌다. 그가 앉는 왕좌는 그야 말로 모든 사람들이 우러러 볼 수밖에 없는 높이 2m의 높은 자리 중의 높은 자리다.

이밖에도 그는 통가인으로서는 처음으로 대학을 졸업한 사람이라는 기록도 갖고 있다.

호주 시드니 대학에서 인문학과 법학사 학위를 딴 그는 바로 그런 배경에서 통가의 교육문제에 누구보다 많은 관심과 애정을 가졌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리고 젊었을 때는 서핑, 다이빙 등 만능 스포츠맨으로 이름을 날렸으며 봉고도 대회에서는 우승한 기록도 갖고 있다.

하지만 그는 오랜 동안 조그만 섬나라를 통치하면서 말년에는 비현실적인 정책을 남발해 사람들의 웃음을 사기도 했다.

외국에서 폐타이어를 수입 해다 태워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소와 바닷물을 연료로 바꾸는 공장 등을 건설하겠다는 것이 대표적 사례다.

그의 왕권에 도전하고 민주화를 주장하는 세력들이 생겨나면서 이반되는 민심을 사로잡기 위해 내놓은 고육책들이었다.

이와 관련, 뉴질랜드의 한 통가 전문가는 가난한 섬나라 통가에 많은 것을 새롭게 도입한 투푸 국왕의 혁신정책이 오히려 통가에 민주화 세력을 키워 자신의 입지가 좁아지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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