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과후학교가 당초 취지를 달성하려면 학부모·교사·교육당국의 손발이 맞아야 한다. 그러나 현재 방과후학교 운영에 대해서 여러가지 불만과 아쉬움이 지적되고 있다. 잘못하면 예전 '방과후교실'의 실패를 되밟을 수 밖에 없다. 현행 방과후학교에 대한 다양한 생각들을 들어본다.
▶'듣고 싶은 수업 들을 수 있게' - 학부모 강춘미·김경옥 씨
초·중학생 자녀를 둔 강춘미(39·여) 씨는 인기 과목은 정원이 빨리 채워지고 인원이 소수인 반은 폐강되기 일쑤라고 지적했다. "둘째 아이가 플룻반에 지원했다가 10명이 안 돼 폐강됐어요. 또 인기 과목은 기존 참가 학생 위주로 선발되는 것 같아 정원이 조기 마감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정규 수업 시간을 할애해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을 진행하면 좋겠다고도 말했다. 아이가 좋은 방과후수업에 참여하고 싶어도 학원 갈 시간과 부딪히기 일쑤라는 것. 강 씨는 "큰 애는 방과후학교 일어반에서, 작은 애는 영어회화반에서 잘 배우고 있다."며 "다만 현장탐사 등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심화학습도 실시해줬으면 한다."고 했다.
방과후학교 전시장을 둘러본 김경옥(39·여) 씨는 "와서 보니 내 아이에게 보여주고 싶은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며 흡족해 했다. 아이디어가 번뜩이는 교구재나 공부방법 등 따라해 보고 싶은 것이 많다고 했다. 김 씨는 방과후학교 심화반 운영에는 반대했다. 심화반 운영은 학생간 차별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교사 업무 과중 해결해야' - 동원중 김은주 교사
김 교사는 "방과후학교의 역할에 대한 학부모와 교사간의 의견 차가 있는 것 같습다."고 말했다. 일부 학부모들 가운데는 방과후학교때 선행이나 심화학습을 하기를 원하고 있다는 것. 기왕에 학원을 대체하는 것이라면 장래 입시에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 교사는 "하지만 이럴 경우 본 수업(정규 교과)이 무너질 수 있고, 또 다른 형태의 문제풀이식 보충수업밖에 되지 않는다."고 했다.
희망 학생 수가 적어 일부 프로그램을 어쩔 수 없이 폐강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소수의 학생이라도 그 수업을 원하다면 개설해야 하지만 강사료 지급 등 현실적인 제약이 따른다는 것. "특히 중학교 단위에서는 교과 과목의 활성화가 잘 되지 않습니다. 인원 수가 적은 가운데 학생 간 수준차까지 나면 더 더욱 운영이 어렵습니다."
마지막으로 교사들의 업무 과중도 시급한 과제. 김 교사는 "수업 준비하랴, 행정서류 처리하랴, 방과후학교 프로그램 진행하랴, 부담이 너무 크다."고 했다. 방과후학교 업무 보조 인력을 충원해주든지 아예 신뢰할 만한 외부 기관에 방과후학교 운영을 맡기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수업 선택권 강화된다' - 권충현 대구시교육청 장학관
권 장학관은 대구 방과후학교를 기획·운영하는 실무 지휘관이다. 그는 "현재 방과후학교 운영에 많은 보완이 필요한 줄 알고 있다."면서 "하반기부터 새 관리프로그램이 각 학교에 보급되면 많이 개선될 것"이라고 했다.
교사들의 업무 과중과 관련, 수강료 중 운영경비로 쓸 수 있는 폭을 5%에서 10%로 늘리겠다고 했다. 그만큼 관리전담 인력을 둘 수 있다는 것이다.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에 대한 학생들의 선택권도 강화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실제 인기·비인기 과목을 패키지 형태로 신청 받거나, 일부 수업에 쏠림 현상이 발생해 학생들이 정작 듣고 싶은 과목을 듣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며 "2학기부터는 상당히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터넷을 통해 방과후학교 수강신청을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자기 학교가 아닌 인근 학교(거점 학교) 수업에도 참가할 수 있도록 학생들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 주겠다고 했다.
권 장학관은 이외에도 ▲학교 도서관 개방 ▲방과후학교 외부강사 자율연수 ▲초등학교 보육 프로그램 확대 ▲대학생 보조교사제 운영 등이 전 학교에 확산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현재 대구의 방과후학교 수준은 당초 기대 이상"이라며 "교사·학부모·지역사회가 관심과 힘을 모아야 더 잘 정착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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