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년 전에 동남아시아 모 국가에 잠시 주재원으로 파견근무할 때의 일이다. 회사업무로 관할 관청에 허가를 신청하는데 담당 공무원이 뇌물을 요구하였다. 우리나라에서도 늘상 있는 일이려니 생각하고 요구하는 대로 주니 '어라! 영수증을 써주는 것이 아닌가?'. 나중에 알고보니 그 나라에서는 공무원들이 뇌물을 받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는 것이었다. 그 나라가 그렇게 된 경위는 오랜 1인 독재 정권이 계속되었고 그 와중에 최고 권력자의 친인척과 측근들이 각종 국가사업과 이권에 개입하여 사리사욕을 채워온 바 이러한 분위가 만연되어 온 나라가 그 지경에 이르렀던 것이다. 그러니 어느 것 하나 정상적으로 흘러 가는 것이 있겠는가? 이 일을 겪으면서 '나라가 이렇게까지 부패할 수 있구나' 하는 씁쓸한 추억을 갖게 되었다.
그러면 선진국 진입의 기로에 선 우리나라는 지금 어떠한가?
필자는 지난 여름 휴가철 때 많은 해수욕장들이 밤새 쓰레기장이 되고 말았다는 기사를 여러 신문 지상에서 접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어디 그뿐인가. 매년 명절 때마다 주요도로가 각종 쓰레기로 뒤덮힌다는 기사, 매번 선거때가 되면 불거져 나오는 불법 선거자금과 불법 선거운동 기사, 아직도 계속되고 있는 노조의 불법 파업 기사, 특히 최근 국민들을 충격 속에 빠뜨리고 있는 "바다이야기" 등등.... 미처 열거하지 못할 정도이다.
아마 앞에서 이야기한 나라보다는 좀 나을지 모르지만, 이처럼 아직도 우리사회의 곳곳에서 불법과 탈법, 준법정신의 상실을 수없이 목도하게 되고 마는 것이다. 물론 많이 좋아진 부분도 있다. 일례로 예전엔 과속, 신호위반 등 교통법규 위반시 교통경찰에게 운전면허증과 함께 약간의 밥값(?)을 함께 건네는 것이 일상적이었던 시절이 있었지만 지금은 거의 볼 수 없는 풍경이 되었다
우리가 지켜야할 법은 공공의 이익을 위해 존재하고 공공이라는 말에는 당연히 자기자신도 포함된다 하겠다. 따라서 우리가 법을 지키지 않을 때 일시적으로는 자기에게 이득이 되는 부분도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모든 사람들이 피해를 입게 되고 결국은 자기에게도 그 피해가 되돌아 오게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이 준법은 공공을 위한 것이지만 궁극적으로는 자기를 위한 것임과 아울러 상대편에 대한 배려가 함께 담겨져 있는 것이다.
그 동안 우리나라는 높은 경제성장률과 경제규모의 확대로 선진국 모임이라 할 수 있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도 가입하였고,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로 나아가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진정한 선진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확고한 준법정신이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그 길이 요원하다 하겠다.
작년 말 국제투명성기구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조사대상 159개국 중 40위로 전년에 비해 약간 순위가 상승했으나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수치는 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싱가폴, 홍콩, 일본 등에 크게 뒤진 것이며, 특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입 30개국 중 22위에 머무르고 있는 수준이다.
이러한 부패는 결국 법을 지키지 않는 데서 생겨난 것이며 우리나라가 더욱 성장 발전하기 위해서는 법을 제대로 지키는 준법정신이 필수적인 요소라 하겠다. 특히 올해 초 한국개발연구원의 보고서에 "우리나라의 부패수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으로 개선된다면 최대 년 1.4%포인트 추가 성장이 가능하다"는 분석을 통해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우리가 준법정신을 갖추기 위해서는 교육과 계몽을 통한 방법이 가장 적합하다 하겠으나, 오랜 시간을 요하는 방안이다. 따라서 단기적으로는 법체제를 강화하고, 법의 적용을 엄정히 함이 필요하겠고 특히 공공의 이익에 반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엄격한 법집행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더불어 사회의 지도층이 솔선수범하여 국민들의 준법정신을 고취시킴도 필수적이라고 하겠다.
이제 우리나라가 바야흐로 선진국으로 도약하는가 못하는가의 갈림길에서 '法治(법치)'가 제대로 바로 서야 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으리라.
김홍창 CJ투자증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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