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중국,30년 전부터 한국사-고구려사 분리 시도

중국이 교과서를 통해 한국사에서 고구려사를 분리시키려고 시도한 것은 불과 몇 년 전이 아니라 약 30년 전부터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의 '변강사지 연구 전문가'인 마다정(馬大正)의 저서 '고대 중국고구려역사총론'에 따르면, 중국 중·고교의 세계사 교과서들은 195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고구려를 '조선 고대국가의 하나'라든가 '조선반도 북부의 노예제 국가'라는 식으로 기술했다. 당 나라의 고구려 침공도 '대외 침략전쟁'으로 썼다.

'세계중세기사' '세계통사' 등 대부분의 대학 교과서도 고구려를 기자조선, 위만조선과 함께 '조선의 고대국가'로 소개하는 것이 주류였다.

그러나 1978년 중국 교육계의 주도로 14개 대학이 공동 편찬한 '세계고대중세기사'는 고구려를 '중국에서 일어난 국경지대 민족'이라고 기술, 그 방향을 바꿔놓았다.

이어 1985년 인민교육출판사가 펴낸 '세계중세기사', 1990년 베이징대학출판사가 펴낸 '세계상고중고사' 등 대학 역사교재의 고구려사 기술은 더욱 큰 변화를 보였다. 예컨대 고구려를 "현재의 랴오닝(遼寧)성 지안(輯安)을 중심으로 건립된, 랴오둥(遼東)과 압록강 유역의 고대정권"이라고 설명했다.

인민출판사가 1997년 펴낸 각 대학의 통합편찬 교재 '세계통사(전 6권)'의 필자들은 여기서 훨씬 더 나아가 기자조선, 위만조선, 고구려를 모두 "중국 북방의 봉국(封國)인 소수민족 정권"이라고 주장했다. 이 책에선 수 나라와 당 나라의 고구려 침공이 "통일을 수호하기 위한 전쟁"으로 미화됐다.

지난 1일부터 배포된 현행 중학교용 '세계역사(제1권)'의 제10과 '동아시아의 봉건국가' 편에는 '신라의 통일과 조선왕조의 건립'이라는 제목으로 "조선민족은 예부터 조선반도에 거주해 왔다. 서력기원 전후 조선반도 북부를 통치한 것은 고구려 노예제 국가였다."는 식으로 기술돼 있다.

또 고교용 '중국고대사'는 제4장 제6절 '수·당 통일국가의 발전' 중 '말갈과 발해국'에서 "7세기 말 속말말갈 수령 대조영이 정권을 건립했다. 개원(開元) 초 당 현종이 대조영을 발해군 왕으로 책봉하고… 이로써 속말말갈이 발해로 이름을 바꾸었고 발해는 정식으로 당나라의 판도에 들어왔다."고 소개했다.

'중국고대사' 같은 절(節)의 '당조 후기 강역과 변강의 각 민족 분포' 지도에는 발해를 한반도의 신라와 구별해 당 나라에 포함시킨 지도가 들어 있다. 제4장 '봉건사회의 번영-수·당' 중 제1절 '짧았던 수조(隋朝)'중 수 나라의 영역 표시 지도엔 고구려·신라·백제를 수 나라와 구별한 지도가 각각 실려 있다.

이 점에서 이 교과서의 경우 고구려사 문제와 관련한 한국과의 구두합의를 아직은 완전히 무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구려를 기술한 부분은 없이 제7절 '수·당 시기의 대외 우호 왕래' 중에 신라와의 우호 왕래 사실만을 간단히 싣고 있어 고구려사를 한국사로 인정하지 않으려는 태도는 여전하다.

중국정부의 싱크탱크인 사회과학원 산하 변강사지연구중심은 지난 2002년 2월부터 5년간 예정으로 '동북공정'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 역사교과서의 서술 변화 과정을 살펴보면 '동북공정'은 중국 역사교육계를 중심으로 그 훨씬 이전부터 장기적으로 주도면밀하게 추진돼 온 계획을 정부차원에서 통합, 강화한 프로젝트임이 드러난다.

베이징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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