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 6명, 대구의 유일한 코스타리카인 퀘사다 무리힐로 안나 캔디(32.여.스페인문화원 강사) 씨. 11년 전 대구 사람과 결혼해 열한 살된 아들을 두고 있다. 주부이자 학원 강사로 지내다보니 여행하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동안 경주, 안동 등 유명 관광도시는 몇 차례 다녀왔지만 매일신문사 주말팀과 함께 떠나는 청송군 여행은 처음이다.
11일 오전 10시 계명대 대명동 캠퍼스 정문에서 만나 사과의 고장 청송군을 향해 출발했다. 점심시간인 낮 12시쯤 다다른 곳은 청송읍 부곡리 달기약수터 근처 한 백숙집. 자연에서 올라온 철분이 가득한 천연 약수로 만든 닭 백숙이라 그런지 영양도 맛도 끝내준다. 푹 삶은 닭을 손으로 집어 굵은 소금에 찍어먹는 솜씨가 제법 한국인같다. 그는 "백숙과 함께 나온 녹두죽이 너무 맛있다."며 "배가 불러 걷기 힘들 정도로 잘 먹었다."고 좋아했다.
이제 본격적인 청송 둘러보기. 그는 화산폭발로 가파르고 척박한 토양의 산이 많은 코스타리카 농촌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라고 했다. 수확의 계절, 가을인지라 청송의 유명 농산물을 먼저 만났다. 누가 뭐래도 청송의 대표적 농산물은 '꿀 사과'. 군의 상징이기도 하다. 이 참에 사과따기 체험에 들어갔다.
청송군 농업기술센터에서 추천해준 곳은 부남면 대전리 '청정농원(대표 구성회)'. 탐스런 사과들이 농장 일대에 가득하다. 부사, 홍로, 아오리, 홍장군을 비롯 개량종인 시나노 스위트, 나리타, 조나골드 등 7가지 다른 종류의 사과나무들이 곳곳에 심겨져 있다. 안나에겐 처음보는 멋진 가을풍경이다. 마음이 한껏 들뜬 그는 바구니를 들고 직접 따보기로 했다.
주인 아주머니가 방법을 가르쳐준다. 초보자들이 혹시나 내년에 새로 맺힐 가지의 눈을 꺾으면 안 되기 때문. 잘 익은 사과를 아래에서 잡고 빈 공간으로 살짝 꺾어주면 된다. 간단한 방법을 터득한 안나는 열심히 사과를 땄다. 30분 정도 따서 서너 바구니를 채웠다. 신이 났다. 그동안 딴 사과를 가공공장으로 옮겼다. 그러자 주인은 자신이 딴 사과를 포장박스에 담아 도로 건네준다. 그는 한국 농촌의 따뜻한 인심을 느끼는 표정이 역력했다. "그라시아스(Gracias.고맙습니다)."
이제 고추 가공공장으로 이동하는 길. 문득 한국의 전통가옥이 나타났다. 안나의 요청으로 잠시 들르기로 했다. 조선 영조 때 만석의 부를 누렸던 심부자집 '송소고택'. 마당에는 천연염색 및 야생화 체험장을 만들어 놓았다. 'ㅁ'자 형의 옛 가옥엔 한옥의 운치가 가득했다. 대청마루의 빗살무늬 교창은 안나의 눈을 떼지 못하게 했다. 그는 "마루라는 곳이 참 정겹다."며 "이곳에서 전통차를 마시니 마음이 평화로워진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들른 곳은 파천면 덕천리 청송 게르마늄 기고추 영농 조합법인. 공장 입구에 들어서자 빨간 고추들이 가공공정을 기다리며 박스채 쌓여있다. 10여명의 할머니들이 원형으로 둘러앉아 고추 꼭지를 따는 중이었다. 안나도 중간에 자리를 만들어 동참했다. 고추를 여러 개 잡고 꼭지를 하나씩 가지런히 떼낸다. 옆 할머니가 "그렇게해서 어느 천년에 다 할래?"라고 핀잔을 줘도 그저 열심히 할 뿐 무슨 말인지 모른다. 고춧가루가 만들어지기까지 가공되는 공정도 안나에겐 신기하기만 했다. 기침을 하고 손에 알레르기 증상을 보이기도 했지만 "괜찮다."며 신이 났다.
오후 5시쯤 청송군 여행이 끝났다. 안나는 "생각보다 시간이 짧아 아쉽다."며 "다음에 남편, 아들과 함께 꼭 오고 싶은 곳"이라고 만족해했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사진·정재호 편집위원 new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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