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영화 불모지 이유 있었네

제작지원 팔짱만…他시도 촬영지 유치 치열

"대구에서 영화 촬영 지원받기가 너무 힘들었어요."

지난달 대구에서 로케이션 중인 한 영화촬영 현장에서 영화 관계자가 내뱉은 말이다.

한국영화 제작 편수가 한해 100편을 넘기면서 도시마다 영화 제작 관련 산업이 황금어장으로 떠오르고 있으나 대구는 소외되고 있다.

영화제작사에 따르면 최근 한국영화가 제2의 전성기를 맞으면서 스튜디오는 물론 영화찍을 카메라도 부족할 정도로 영화관련 산업이 호황을 이루고 있다는 것. 이 때문에 전국 지자체들은 앞다퉈 영상위원회를 설치, 영화촬영 유치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으나 대구에는 영상위원회가 없다.

영상위원회는 영상물 제작팀에게 영상물의 특성에 맞는 로케이션 장소를 찾아주고 촬영에 필요한 허가를 맡는 등 행정적 도움을 주는 기관. 관공서와 영화제작팀의 중간 다리 역할을 하는 셈이다. 그 외에도 숙박, 엑스트라 알선, 민간 자원봉사단 운영 등을 도맡는다.

현재 영상위원회를 갖추고 있는 시·도는 11개. 부산은 1999년에, 경북영상위원회는 지난 5월 법인등록을 하고 활동을 시작했다. 대구시는 영상위원회와 관련, 예산이 확보되면 미리 활동을 시작한 경북영상위원회와 통합, 시너지 효과를 노린다는 것. 하지만 예산 확보를 장담할 수 없는데다 전국 11개의 영상위원회가 이미 인적 네트워크를 갖추고 활동하고 있는 점을 감안한다면 너무 늦은 출발인 셈이다.

사실 대구와 영화와의 악연은 5년 전 '나티 프로젝트'사건으로 거슬러올라간다. 2001년 섬유를 주제로 '나티 프로젝트'라는 제목의 영화를 만들겠다는 업체에 속아 대구시가 공식적으로 제작을 지원했지만 사기극으로 끝났던 것. 그 후 대구시의 영화 지원은 움츠러들었다.

이 후 몇 차례 기회가 더 있었으나 살리지 못했다. 전국 370만 관객을 동원했던 영화 '두사부일체'가 촬영지로 대구를 낙점하려 했지만 '스승과 아버지가 하나라니, 지역에서 수용할 수 없는 제목'이라는 시대에 뒤떨어진 이유로 무산됐다. 또 임권택 감독의 칸 영화제 수상작 '취화선' 역시 협조공문이 원활하게 전달되지 않아 동화사 및 경주 양동마을 로케이션이 취소됐다. 지역에서 권상우 주연의 '신부수업', '누가 그녀와 잤을까' 등이 일부 촬영되긴 했지만 이는 영화 로케이션 담당자가 촬영지를 물색한 결과일 뿐이다.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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