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창녕군 우포늪.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규모가 큰 습지(濕地)다.
대구에서 구마고속도로를 타고 가면 불과 1시간 거리다. 주위에서 경주, 포항, 지리산 등은 곧잘 가는 것 같은데 우포를 찾는다는 이는 드물다.
짜릿한 쾌감에 익숙한 도시인들은 자연이 만들어내는 잔잔한 여운을 지루하게 여기는게 아닐까.
사실 우포에 가보면 다소 밋밋한 느낌이다. 물과 수초, 가끔씩 보이는 철새... 1천종의 동식물이 서식한다고는 하지만 얼핏 보면 이끼가 잔뜩 낀 시골 연못과 별다를 바 없는 듯 하다. 힘들게 갔다와서는 실망했다는 얘기를 자주 듣는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은 우포늪을 찾는 이들에게 적합한 얘기가 아닐까 싶다.
▲우포늪은?
늪 면적만 해도 70만평이다. 우포, 목포, 사지포, 쪽지벌 등 4개로 이뤄진 '생태계의 보고'를 둘러보려면 적잖은 시간이 걸린다. 그저 전망대에 한번 올라보고 늪 근처를 두리번 거리다 보면 그것으로 끝이다. 환경단체인 푸른우포사람들이 운영하는 '생태체험관(전화 055-532-8989)'을 찾는 것도 좋다.
사실 전경을 보는데는 전망대 보다는 우포 바로 맞은편 야산에 오르는 것이 훨씬 낫다. 전망대는 철새를 관찰하는데 초점을 맟춰 세워졌지만 맞은편 야산에서는 더 넓은 전경이 보이고 늪지의 전형적인 모습을 관찰하기에 좋다. 조영호 박사(식물학)는 "야산에서 주매리 방향으로 가다보면 원시림에 가까운 물억새 군락이 있고 이를 헤치고 나아가는 맛도 그럴듯 하다"고 했다.
이처럼 거대한 늪지대가 남아있다는 것만으로도 기적이다. 개발의 틈바구니속에서도 용케 살아남은 것은 경제성 때문이다. 상습 침수지역에 개발을 하기도 쉽지 않았다. 1978년 농어촌진흥공사가 농경지로 개간하는 사업을 시작했다가 중도에 포기했고 그 이후 주변의 축산폐수와 낚시꾼의 떡밥으로 뒤범벅된 오염 지역이었다. 1990년대에 들면서 늪지에 대한 새로운 평가가 나오면서 조사 및 연구활동, 보전대책이 쏟아져 나왔고 1997년 생태계보전지역, 1999년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됐다.
▲우포늪의 미래는?
예전부터 창녕에는 큰부자가 없었다고 한다. 여름철만 되면 물난리를 겪기 때문이다. 지난 7월 집중호우 때도 우포 일대는 물에 잠겼다. 우포늪 앞을 지나는 토평천이 낙동강과 만나면서 물이 저지대쪽으로 역류하는 특성 때문이다. 우포늪의 생태체험관도 어른 가슴 높이 정도로 잠겼다고 한다.
생태안내원 심재웅씨는 "주민들은 2, 3년마다 한번씩 겪는 일이라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편"이라고 했다. 인근에 버려진 논도 가끔씩 눈에 띄었다. 주민들은 보전지역으로 지정되면서 환경보전을 이유로 배수를 제대로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 주민들은 "4월부터 8월까지 농번기 때 오가는 방문객(연간 20만명)들의 차량으로 인해 농사에 큰 지장을 받는다"고 했다. 생태계보전지역이라 식당도 할 수 없고 어로·농사일도 제대로 할수 없다며 하소연하는 주민들이 많았다. 경남도와 창녕군은 이 일대를 도립공원(환경단체는 국립공원 지정 주장)으로 조성할 예정이어서 주민들의 불만도 함께 높아갈 듯 했다. 이용과 보전을 외치는 목소리가 여기에서도 첨예하게 대립되고 있었다.
글:박병선기자 lala@msnet.co.kr 사진:박노익기자 noik@msnet.co.kr
학술조사팀=영남자연생태보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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