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딸아! 내 딸아!"…피를 토하는 '오열'

피살 여고생 부모 "왜 죽였어?" 절규…학교도 '눈물 바다'

"내 딸! 내 딸! 네가 왜 여기 있니."

14일 오후 달성군 가창면 한 야산. 성폭행을 당한 뒤 살해된 M양(17·고교 2년)의 시신이 이곳에서 발견됐다.

아버지(44)는 돌아오지 못할 딸을 계속해서 불렀다. 그리고 아기처럼 엉엉 울었다. 마치 피를 토하듯 슬피 울었다.

엄마(42)는 이날 낮 "딸이 살해됐다."는 소식을 듣고 쓰러졌다. 십수 년 고이 키운 딸이 먼저 저 세상으로 갔는데 꼿꼿이 서있을 부모는 없을 것이다.

같은 날 오후 4시 30분. 아버지는 대구 달서경찰서에서 혼자 범인과 대면했다.

"왜 죽였어." 범인을 향해 소리친 처음이자 마지막 한마디 절규. 경찰은 아버지가 이성을 잃을 것을 우려, 유치장 밖으로 다시 데려나와야 했다.

"딸의 생사를 알 수 없는 지난 열흘 동안 가슴이 터지는 줄 알았는데…." 줄담배를 피워대던 아버지가 혼잣말을 내뱉기 시작했다.

"지난 며칠 동안 부모 마음에 피멍이 맺혔어, 그 고통을 누가 알까!" M양의 이모들이 울먹이며 따라 말했다.

"혼자서는 무서워서 잠도 못 자는 우리 딸이 얼마나 두려웠을까, 우리 아기가 얼마나 답답했을까, 그 걱정뿐이었는데…, 그래도 제발 살아 돌아오길 빌고 또 빌었는데…."

"우리 딸 맞나요, 우리 딸 맞나요." 유치장을 빠져나온 아버지는 제발 자신의 딸이 아니라고 말해주기를 바라는 듯 형사들에게 같은 말을 되물었다.

M양의 아버지가 범인을 만났던 때와 같은 시각. M양의 모교는 눈물바다였다.

학교 3층에 있던 M양의 교실. 복도에서 울음소리가 들렸다.

참담한 심정으로 교실 복도를 서성이던 교사들도 더 이상 그 소리를 견디지 못한 듯 하나 둘씩 자리를 떴다. 흐느끼는 소리는 학교 전체로 울려퍼졌고 눈시울을 적시며 화장실로 뛰어가는 교사도 보였다.

학교 급식소에서 일한다는 한 직원은 "사고를 당한 학생이 우리 이웃집 아이"라며 "평소 그렇게 착실한 아이였는데 그 부모 생각을 하면 가슴이 미어진다."며 눈물을 쏟았다.

오후 5시 30분. 갑자기 정문으로 한 학생이 울면서 뛰쳐나왔다. "범인을 죽이겠다."며 울며불며 나온 학생은 순식간에 수백m를 뛰어갔다. 뒤쫓아온 친구들과 담임 교사는 그 학생을 겨우 붙잡았고 달래며 학교로 들어갔다.

이 장면을 지켜본 주변 상인은 "너무 안됐다."며 "세상이 어찌 되려고 이러냐."며 한숨을 지었다. 오후 6시, M양의 동급생인 2학년 학생 대다수가 정문을 우르르 빠져나왔다. 모두 너무 많이 울어 얼굴이 퉁퉁 부어 있었다.

"아저씨, 더 이상 묻지 마세요. 제가 친구에 대해 대답하면 친구가 자꾸만 생각나요. 제발 부탁입니다." 엉엉 울며 애원하는 아이들. 울어도, 울어도, 자꾸만 울어도 눈물이 그치지 않는 너무나 슬픈 날이었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정현미기자 bor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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