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새벽, 박승호 포항시장이 서울행 KTX를 탔다. 목적지는 국회. 국회의원들에게 따지고도 싶고, 호소도 하고 싶고, 하소연도 하기 위해서다. 이날은 취임 77일째. 공교롭게도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들고 아직까지 진행형인 건설노조의 파업일수도 박 시장의 재임일수와 똑같다. 그 사이 포항은 골병이 들었다.
노조의 포스코 본사 점거 이후 조합원 구속과 도심시위, 시민궐기대회 등 모든 사안에 대해 포항 민심은 양갈래로 찢어졌다. 시장을 비롯한 시와 의회, 지역의 시민·사회단체가 이편에도 서고 저편에도 서면서 조정과 중재를 시도했지만 소득은 전무했다.
박 시장은 지역적 노력의 한계를 절감하고 서울행을 택했다. 정치권의 힘을 빌리자는 의도이고 여야구분은 없어 보였다. 구체적인 언급은 피했지만 박 시장이 특히 지원을 바라는 쪽은 민주노동당인 듯 했다. 그래서 박 시장이 이날 첫 면담을 신청한 이는 포항출신의 단병호 의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시장은 하루 내내 국회에 머물며 여야 다른 정당 지도부도 가능한 한 모두 만나 포항사태 해결에 정치권이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 줄 것을 촉구키로 했다.
그의 이런 행보에는 배경이 있다. 파업사태 초기 여야는 진상조사단, 중재단 등 이름을 붙여 경쟁적으로 포항에 국회의원들을 내려보냈다. 이 과정에서 노사 모두에게 헛된 기대를 심어준 것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사태가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자 여야 정치권은 모두 꼬리를 내렸고 지금은 아예 무관심이다. "단시일내 끝나겠지 하며 얼굴내밀기를 하다가 문제가 꼬이자 자취를 감추는 정치인들의 전형적인 행태가 드러난 것"이라는 시민들의 비아냥도 쏟아지고 있다.
"포항을 살려 주십시오. 청와대도, 정부도, 국회도 모두 모른척 하고 있으면 한국 산업의 심장인 철강업이 마비될 수도 있습니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새벽 기차를 탄 박 시장의 심정을 정치권에서 얼마나 알아줄까?
포항·박정출기자 jc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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