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쿨하게 산다] "뚜렷한 자기주장"-"남 배려 부족"

◆'쿨하다.'는 말은 언제부터인가 '세련', '심플', '시대를 앞섬' 등의 의미로 여겨져 왔다. '쿨하지 못하다.'는 말을 들으면 왠지 자기가 촌스럽고 시대에 뒤떨어진 것처럼 느껴진다.

1990년대부터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하기 시작한 '쿨하게 사는 것'은 디지털 시대의 개인주의적 성향과 맞아 떨어지면서 신세대 사고방식을 대표하는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사랑과 일에 있어서 쿨하게 사는 것은 어찌보면 '자기 가식'이다. '이별에 있어서 쓸데없는 감정소비를 하지 않는 것, 사랑할 땐 사랑하고 헤어질 땐 쿨하게 헤어진다'는 식의 '쿨하게 사는 것'은 우리나라 정서에는 애초부터 맞지 않는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젊은이들 사이에서 열풍을 일으켰는지도 모르겠지만…

광고인으로서 요즘 광고를 보면 '쿨'에 대한 시각이 많이 달라지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몇 년 전 까지만 해서 광고속에는 온통 쿨한 남과 여뿐이었다. 그러나 요즘은 생활의 사소한 부분에서 소비자의 공감을 일으키는 인사이드(inside) 광고로 변화하고 있다.

처음에는 신선하게 느껴졌던 세련된 '쿨'이 점점 촌스러운 '웜'(warm)에게 밀리는 듯하다.

그래서 유행은 돌고 돈다고 했던가.

홍기표(41·비쥬애드컴 대표)

◆항상 떳떳하고, 자기주장이 뚜렷하고, 직선적이며, 눈치 보지 않는 삶이 요즘 젊은 세대가 지향하는 쿨한 삶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모습은 신선하고 참신하다. 위, 아래의 눈치를 보며 자기주장을 드러내지 못하는 우리 같은 '낀 세대'로서는 부럽기도 하다.

하지만 젊은이들이 추구하는 쿨한 삶에는 아쉬움도 있다. 첫째, 너무 소비지향적이다. 돈과 여유가 있어도 주변에 어려운 사람이 있으면, 씀씀이를 자제하는 겸양과 겸손이 있었는데 요즘 젊은이들의 세태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둘째, 공동체와 조직 내에서 배려가 부족한 것 같다. 형제나 자매가 적어서 그런지 몰라도 이기적인 측면이 강하다. 직업상 의과대 학생과, 수련의나 전공의들과 함께 생활하는 일이 많은데 보수적인 의사 집단에서도 쿨한 삶이 트렌드가 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의사 사회에서는 팀워크가 중요한데, 자기 일만 다하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가진 젊은이들이 있다.

나는 선비정신에서 '쿨한 삶'을 찾고 싶다. 우리의 선비들이 삶의 지표로 삼았던 정직성, 겸손과 겸양이 미덕이 이 시대가 바라는 진정한 '쿨 코드'가 아닐까.

황진복(44·계명대 동산병원 소아과 교수)

◆나는 '쿨하다'라고 하면 '쿨한 여자'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한때 전통적인 여성상에 반기를 들며 나왔던 '나쁜 여자, 쿨한 여자' 신드롬이 생각나서일까? 그래서 내가 가진 쿨함에 대한 이미지는 '똑부러진다. 쌈빡하다. 당차다. 화끈하다'라는 것이다.

부당한 대우를 당하고도 앞에서는 착한척, 얌전한척 하고 있다가 뒤돌아서 남을 욕하는 것 보다는 아예 면전에 대고라도 할 말은 똑부러지게 하는 사람. 그런 뒤 오히려 뒤끝 없이 인간관계를 이어나가는 그런 성격이 '쿨한 사람'아닐까 생각한다. 아마도 이제는 사위, 며느리를 맞은 나이가 된 구세대인 나는 그렇게 살아오지 못한데 대한 부러움과 아쉬움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쿨한 신세대. 나이든 기성세대가 보기에는 '버릇없다, 이기적이다' 등의 마뜩찮은 면이 있기도 하겠지만, 이런 '쿨함'으로 무장한 당찬 젊은이들 덕분에 앞으로의 밝은 미래도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정말 '쿨한 아줌마', '쿨한 시어머니'가 되고싶다.

이태연(59·주부·대구 동구 지묘동)

(2006년 9월 14일자 라이프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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