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살아가는 이야기]벌에 쏘여 죽을 뻔한 기억 아직 생생

벌초하다 벌에 쏘여 죽을 뻔한 기억이 있다. 그때는 실직을 한 상태라 명절이 다가오자 부담이 많이 되었다. 그 해엔 연로하신 아버지를 대신해서 벌초를 하려고 예초기를 빌려서 산으로 갔다. 봉분과 주변 잔디, 잡풀을 절반 정도 제초했을 때, 풀 숲에서 '웽' 하고 벌이 날아올랐다. 그리고 기관총에서 예광탄이 연발로 날아가듯이 그렇게 벌이 계속 땅에서 솟아나왔다. 짊어진 예초기를 벗어 던지고 삼십육계 줄행랑을 쳤지만 50보도 못 가서 머리, 목 등에 땅벌의 공격을 받았다. 집에 돌아와 상의를 벗으니 옷 속에서 네댓 마리의 벌이 나왔다. 얼굴과 온 몸이 붓고 몸이 말을 듣지 않았으며 정신을 잃어갔다. '이렇게 죽는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 아버지께서 발견하고 병원으로 재빨리 옮겨 해독제와 진정제를 맞았다. 한나절 가까이 병원에 누워 있다가 병원 문을 나서며 '살았구나'하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올해도 어김없이 벌초 시기가 왔고 이젠 아버지께서는 더더욱 기력이 많이 떨어지셔서 내가 해야 되는데 약간 걱정되는 것도 사실이다. 올해는 긴 옷과 모자를 착용하고 방충제도 준비해서 산에 올라야겠다.

안태현(대구시 달서구 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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