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이슬람교를 폭력적 종교라고 암시한 자신의 발언에 대한 이슬람권의 분노가 거세지면서 간접적으로 '깊은 유감'을 표하며 진화에 나섰다.
교황청 국무장관 타르치시오 베르토네는 16일 "교황께서 자신의 연설의 일부 구절이 무슬림의 감정을 상하게 들릴 수 있다는 것에 매우 유감스러워 하셨다"고 교황의 입장을 전했다.
교황의 간접사과에도 이슬람권은 '충분치 않다'며 교황의 직접 사과를 요구하고 나선 반면 유럽권에선 교황을 옹호하는 입장이어서 국제적 종교갈등으로 비화할 조짐이다.
팔레스타인 거주지역에선 교회를 겨냥한 무장 공격이 이어졌으며 일부 이슬람 국가는 주바티칸 대사를 본국으로 소환, 외교 문제도 우려된다.
이집트의 '무슬림 형제단'은 이에 대해 "교황은 자신의 연설이 잘못 해석됐다고 하지만 오역은 없다"면서 교황의 사과가 어림없으며 개인적으로 직접 사과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수니 아랍계의 최고 지도자인 알-아즈하르 모스크는 교황의 발언에 대해 16일 "(이슬람교에 대한) 무시를 반영한다"고 비난했다.
이란의 성직자 신학센터는 17일 휴교령을 내리고 이날 오전 테헤란에서 남쪽으로 135㎞ 떨어진 이란의 이슬람교 중심지인 콤시에서 대규모 규탄집회를 연다고 밝혔다.
교황의 발언에 대한 비난은 강경파 뿐 아니라 상대적으로 온건파에 속하는 터키까지 가세하는 등 종파에 관계없이 전 세계 이슬람권 전역에서 터져나오고 있어 심각성을 더한다.
아랍 언론 대부분도 교황이 자신의 연설의 진의를 밝히고 사과해야 한다는 논조의 기사를 내보냈다.
뉴욕타임스도 "어느 누구라도 고의든 실수든 고통의 원인을 제공하는 것은 비극적이고 위험하다. 교황은 진심 어리고 설득력있는 사과를 해야 한다"고 가세했다.
심지어 기독교계에서도 교황 발언을 규탄하고 나섰다.
이집트 인구의 10% 정도를 차지하는 콥틱정교회 최고 지도자 셰노우다 3세는 "교황의 연설을 직접 듣진 못했지만 이슬람교와 무슬림에게 상처를 주는 어떤 발언도 그리스도의 가르침에 어긋난다"고 밝혔다.
일부 이슬람 국가는 항의의 뜻으로 바티칸에 파견한 외교관을 본국으로 소환명령했다.
이집트는 16일 교황이 이슬람권의 분노를 초래해 '심각히 유감스럽다'는 입장을 내고 주바티칸 대사를 본국으로 소환했고 쿠웨이트와 모로코, 수단도 주바티칸 대사를 불러들였다.
교황의 문제의 연설 뒤 폭력사태도 이어지고 있다.
요르단강 서안지구 나불루스에선 팔레스타인인들이 총과 폭탄, 라이터 연료를 동원해 교회 4곳을 공격했고 가자지구에서도 교황의 사과를 요구하는 무장단체가 교회를 겨냥해 총격을 가했다.
바그다드의 교회 주변에서도 폭탄 1발이 폭발했다.
이라크 무장세력 알-무자헤딘은 16일 교황의 사과발언 직전 인터넷을 통한 성명에서 로마와 바티칸을 공격하겠다고 위협했다.
하지만 유럽에선 교황을 변호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교황의 발언의 취지를 잘못 이해했다'며 교황을 옹호했고 이탈리아 로마노 프로디 총리는 교황청의 해명에 만족한다는 입장을 밝혀 대조를 이뤘다.
로마가톨릭 주교회 기관지 아베니레는 16일자 사설에서 교황의 연설이 잘못 읽혀지고 있으며 무슬림의 전통에 부합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면서 "서방언론은 더는 서구와 이슬람권의 정치적 갈등 측면에서 이를 해석하거나 교황의 언급을 피상적으로만 보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교황의 언급은 서구에서 자주 인용되는 코란의 한 구절이었을 뿐이며 문제가 된 교황의 연설중 한 부분만 떼어놓지 말고 전체 맥락을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국 일간 더 타임스는 교황이 양 종교간 불협화음을 조성하는 언급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고 전했다.
영국 보수신문 데일리 텔레그라프는 교황은 종교적인 목적으로 폭력을 쓰는 데 대한 일반적인 비판을 하는 문맥에서 연설을 했다며 교황을 강하게 변론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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