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대문의 한 쇼핑몰 관리팀에서 근무하는 김재근(43) 씨는 상경한 지 7년이 지났지만 억센 봉화 사투리가 여전하다. 하지만 동안(童顔)의 얼굴에 선한 웃음이 억센 사투리를 누그러뜨리며 상대를 편안하게 만든다.
그는 동아건설 리비아 대수로 건설 현장에 7년 동안 근무했던 것을 항상 자랑스럽게 말한다. 군 제대 후 혈기왕성한 나이에 집안 형편이 기울자 '해외에 가면 큰 돈을 벌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1985년 동아건설에 지원, 리비아로 떠났다.
월 15만~16만 원씩을 받으며 뜨거운 햇살 아래 젊음을 불태웠다는 것이 그의 설명. 당시 총무와 인사를 담당한 그는 꼼꼼한 일처리와 촌놈(?) 특유의 성실성으로 인정을 받았다.
3년 동안 국내에는 한 번도 들어오지 않고 악착같이 돈을 벌어 귀국했다. 현지에서는 이를 두고 '악바리' '독종'이라고 놀리기도 했다. 하지만 귀국 후 국내 세상에 밝지 않던 그는 지인과 함께 사업을 했다가 곧 망하게 됐다.
그 후 뚜렷한 직업을 구하지 못하다가 93년 다시 리비아로 돌아갔다. 그는 "외국에서 돈을 버는 이유는 월급이 많아서가 아니라 쓸 곳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97년 어머니가 갑작스럽게 돌아가셨지만 비행기 편이 여의치 않아 임종을 하지 못하게 됐다. 그 뒤 '임종도 못하면서 돈을 벌어서 뭐하겠나, 인간된 도리라도 제대로 하자.'고 판단해 그 동안 모은 3천만 원가량을 들고 영구 귀국했다. 귀국 후 여러 가지 사업을 벌였지만 여의치 않다가 현재의 일과 인연이 됐다고 했다.
그는 아직도 미혼이다. 젊은 나이에 외국에서 돈벌이에 집착하다가 결혼 적령기를 놓쳤다는 것이 그의 설명. 결혼은 언제 할 거냐는 우문에 "때가 되면 하겠지요."현답이 돌아왔다.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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