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개인신용 관리하라"…방심했다가 '낭패'

#사례1> 40대 후반의 자영업자 김도협(가명) 씨는 신용대출을 받기 위해 은행을 찾았다가 곤욕을 치렀다. 평소 "일주일 이상 연체돼도 연체료만 내면 됐지."라고 무심코 생각했던 상습적 카드대금 연체가 문제를 일으켰다. 도저히 신용대출을 받을 수 없는 수준으로 신용등급이 떨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신용이 줄줄 새고 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은 김씨는 신용관리에 무관심했던 지난날을 뼈져리게 후회했다.

#사례2> 시중은행에 근무하는 이주하(가명·38) 차장도 외국계 은행 국내지점에 2천만 원 신용대출을 신청했다 뜻밖에 거절 당한 경험이 있다. 별다른 연체기록이 없는데다가 거래실적도 좋았기 때문에 신용대출 거절은 생각도 못했다. 그러나 금융기관에 다니는 그도 3개월 전 일본계 대부업체를 통해 대출가능 여부를 확인했던 사실이 자신의 신용에 타격을 줄 지는 전혀 예상치 못했다.

금융권의 신용대출 심사는 갈수록 까다로워지고 있는 반면에 시민들의 신용관리 의식은 크게 뒤쳐져 있어 낭패를 당하는 사례가 점차 많아지고 있다. 과거 금융기관들은 개인의 신용을 평가할 때 연소득이나 재산세 등과 같이 현재의 경제능력에 중점을 두어왔던 탓에 별다른 신용관리가 필요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들어 금융업계에서 대출심사 강화를 위해 개인의 '일거수 일투족'까지 세세한 정보를 입수하면서 철저한 신용관리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모든 개인정보는 신용평가 대상이다= 은행·카드·보험·저축은행 등 금융기관들은 한국개인신용(KCB)과 한국신용평가정보, 한국신용정보 등이 제시하는 단기연체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한국신용평가정보의 경우 은행 대출 부문에서 10일 이상 연체한 정보는 모두 크레디트뷰로(CB) 서비스를 통해 회원 금융사와 공유한다.

대부분의 금융기관들이 3사의 크레디트뷰로 서비스를 모두 이용하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은행대출에서 발생한 연체 금액과 상관없이 10일 이상, 5만원을 5일 이상 연체한 때에는 금융회사에 정보가 제공된다고 보면 된다. 더 중요한 것은 개인신용에 큰 영향을 미칠 것 같지 않은 휴대전화 요금 납부실적이나 신용카드 현금서비스 이용 횟수 등도 모두 개인신용도에 반영된다는 점이다.

금융기관 관계자는 "미국의 경우에는 국세청을 통한 개인의 수입이나 지출 내용이 금융기관의 신용평가에 반영될 뿐만 아니라, 대여한 비디오를 제때 반납하지 않은 것과 아파트 관리비 납부 등 일상생활 내역조차 대출에서 불리하게 작용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신용에 무관심한 시민= 갑자기 급전이 필요할 때 신용등급이 낮아 제2금융권에서조차 대출을 받지 못하면 불가피하게 고금리(연 66% 이내)를 요구하는 대부업체나 사채업자를 찾을 수밖에 없다. 그만큼 신용관리가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신용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은 지극히 소극적이어서 자신의 신용등급이나 신용상태를 제대로 모르고 있다.

개인이 직접 자신의 신용등급과 신용상태를 확인하려면 신용정보업계에서 운영하는 인터넷 개인신용정보서비스에 회원으로 가입해 본인 인증 절차를 거쳐야 한다. 하지만 국내 인터넷 개인신용정보 서비스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마이크레딧(한국신용정보)'과 '크레딧뱅크(한국신용평가정보)'의 본인 인증회원은 기껏해야 300만 명. 이 가운데 10~15%의 중복회원을 빼고나면 280여 만 명 정도가 실질 회원이다. 우리나라 경제활동인구 2천400만 명 중 겨우 11.8%만이 개인 신용정보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신용은 미래 상환 가능성을 담보로 현재의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현대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재테크 수단 중 하나"라면서 "본인의 신용도에 따라 현재 보유하고 있는 자산의 열 배 규모의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반면에 단 한 푼의 신용도 창출하지 못하는 수가 있다."고 말했다.

또 "개인신용 관리를 위해 대출금 상환은 물론 휴대전화 요금 등 각종 이용 요금에 대한 연체를 조심해야 한다."며 "만일 연체가 예상되면 해당 금융기관과 미리 상의하는 것도 연체로 인한 신용정보 하락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석민기자 sukm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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