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런 놈이 우리 동네 살았다니…."
여고생 M양을 납치, 성폭행한 뒤 살해·암매장한 혐의로 구속된 김수길(50)에 대한 범행 현장검증이 열린 18일 오전 10시 대구 달서구 지하철1호선 송현역 부근 골목길. 김이 경찰차에서 내리자 몰려든 주민 100여 명의 분노가 일순간에 터져 나왔다.
주민들은 "살려둬선 안돼. 저기 고압선에 빨리 매달아."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경찰은 곧바로 현장검증에 나섰다. 승용차 안에서 "선생님이 교통사고를 당하셨다. 좀 도와달라."며 피해자를 유인, 납치하는 모습을 담담하게 재연했다.
범행 현장으로부터 집까지는 불과 수십m 밖에 떨어지지 않았다.
"몇 십m만 더 갔어도, 아무 일 없이 여전히 밝은 웃음을 짓고 있을텐데…." M양을 잘 아는 한 주민이 슬프게 중얼거렸다.
경찰은 분노와 슬픔에 찬 주민들을 뒤로 하고 달서구 대천동 옛 비상 활주로 부근으로 이동했다. 범인 김은 '뭔가 잘못 되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챈 피해자를 위협, "곧 귀가하겠다."는 내용으로 집에 전화를 걸게 하는 장면을 재연했다.
"얼마나 납치사실을 알리고 싶었을까, 얼마나 무서웠을까." 몰려든 주민들은 그 때 일을 눈으로 보는듯 발을 동동 굴렀다.
경찰 현장 검증은 경북 고령 다산에서 마지막 달성군 가창면 정대리까지 계속 이어졌다.
경찰 관계자는 "현장 검증에서 구체적 범행과정을 묻는 수사관들에게 시종일관 담담한 모습을 보이는 범인에게 다시 한 번 놀랐다."며 "자신이 얼마나 끔찍한 범죄를 저질렀는지, 아직까지도 잘 알지 못하는 것 같다."고 씁쓸해 했다.
인생의 절반에 가까운 23년을 감옥에서 보낸 김은 강원도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계속 살아왔으며 지난 1999년 대구에 정착했다.
하지만 2001년 여중생 성폭행으로 4년여의 형을 살았고 2005년 출소이후 1년만에 또 다시 M양을 살해해 실제 대구에 거주한 기간은 3년뿐. 범인 김이 대구에서 사귄 가까운 사람은 거의 전무한 실정.
경찰에 따르면 범인의 이웃들은 범인에 대해 잘 모르고 평범한 사람 정도로만 기억하고 있다. 경찰은 "범인은 여자 관계가 복잡했고 여자에 대해 비정상적 집착을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한편 M양 유족들은 17일 장례를 치르고 화장했다. 오열속에 M양을 떠나보낸 유족들은 "가까운 산에 유골을 묻고 나무 한 그루를 심어 못다 핀 M양의 넋을 달래줄 생각"이라 했다. M양의 부모는 현장 검증에 나가지 않고 경남 창녕의 한 사찰에서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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