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버지가 들려주는 옛 이야기)이상한 나뭇잎

얘야, 단풍이 들어가는 나뭇잎을 보니 문득 생각나는 이야기가 있구나.

옛날 어느 곳에 소금장수가 있었단다. 하루는 어떤 고개를 넘다가 고갯마루에서 쉬게 되었는데 깜박 잠이 들었지. 꿈에 흰 노인이 나타나 말했대.

"그대는 이 아래 마을에서 가난한 할미에게 소금을 그냥 준 일이 있지."

"네, 그러하옵니다만……."

"내가 그 보답을 하고 싶으니 어서 일어나 앞을 살펴보게."

소금 장수는 눈을 번쩍 떴지.

'사마귀 밖에 없는데……. 그런데 저 사마귀가 나뭇잎을 따 이마에 붙이네. 앗, 사마귀가 보이지 않네! 그것 참, 아마도 이 나뭇잎은 몸이 감추어 주는 모양일세.'

소금장수는 그 이파리를 조심해서 가지고 와 이마에 붙이며 집 안으로 들어갔대. 그러니까 식구들이 아무도 모르는 거야.

"애비가 밖에 나갔다 들어왔는데 인사도 하지 않느냐?"

"어, 이상하다, 목소리는 들리는데 아버지는 왜 안 보이지?"

소금장수가 이마에서 이파리를 뚝 떼었지.

"어, 여기 계셨네."

식구들은 모두 놀랐지. 소금장수는 신기해하며 이 나뭇잎으로 사냥을 하기로 했어. 이파리를 이마에 붙이면 산짐승들이 전혀 눈치를 못 채니 사냥은 식은 죽 먹기였지. 사냥을 한 것으로 쌀도 사고 옷도 사고해서 아주 잘 살았대.

그 무렵, 소금장수 이웃집에 매우 욕심 많은 사람이 살았어.

"자네 무슨 재주를 배웠길래 사냥을 그렇게 잘 하나?"

"재주는 무슨 재주. 이 이파리로 잡지."

"예끼 이 이 사람아. 그깟 이파리로 어떻게 짐승을 잡아?"

"못 믿겠으면 어디 한번 보라구."

소금장수는 이파리를 이마에 딱 붙여 보였지.

"어, 보이지 않네. 그것 참 신기한 이파리로군. 그걸 도대체 어디에서 얻었나?"

이웃 사람은 나뭇잎을 얻었다는 고개를 향해 당장 뛰어 갔어.

'이 잎사귀 가운데 틀림없이 그 이상한 이파리가 있을 거야.'

이 사람은 이파리를 수북히 따 와서 방바닥에 가득 펼쳐놓고는 보물 이파리를 찾는다고 법석을 떨었지. 아내를 앞에다 앉혀 놓고 이파리를 이마에 붙일 때마다 물었어.

"어때? 내가 보이는가, 안 보이는가?"

"보여요."

그러면 다른 이파리를 이마에 붙이고는 또 물어댔지.

밤이 깊도록 수많은 이파리를 이마에 붙였지만 요술 나뭇잎은 없었어. 아내는 그만 지치고 말았지. 나중에는 귀찮아서 '아이구, 이제는 앞이 잘 안 보이네요.' 하고는 그만 쓰러져 잠이 들었지.

그러자 이 사람은 이제야 보물 이파리를 찾았다고 좋아하면서 이튿날 아침 날이 밝자마자 바로 장터로 나갔어.

'아무도 날 알아보지 못하렸다. 돈을 실컷 훔쳐야지.'

그리고는 가게에 들어가서 돈궤를 열고 돈을 꺼내었지.

"아니, 어떤 놈이 훤한 대낮에 남의 돈을 함부로 훔쳐 가느냐?"

이 사람은 흠씬 두들겨 맞고 관가로 끌려가고 말았대.

심후섭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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