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영어 수업시간을 통해 학생들의 창의성을 기른다는 것은 가능한가? 지금까지 영어과의 수업 방식은 주로 학생들이 영어를 듣고 말할 수 있도록 하는 의사소통능력을 기르는 것에 주로 치중되어 왔다. 일주일에 세 번 혹은 네 번 있는 수업시간에 영어 단어를 익히고, 영어 문법을 공부하고, 영어로 된 교과서의 본문을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모자라는 것이 현실인데, 어떻게 시간을 내어 영어 수업 속에서 창의성을 기를 수 있을까?
독창적이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산출하는 과정을 창의성이라고 정의한다면, 영어 수업시간은 얼마든지 창의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의사소통능력의 신장이 영어과 수업의 최종목표라면 다양한 말하기, 쓰기 활동이 수업의 주를 이루어야 한다. 물론 교사 주도적으로 말하기와 쓰기 활동을 이끌어갈 수도 있지만, 이상적인 수업이라면 말하기와 쓰기 활동이 학생 중심으로 전개될 것이다. 즉, 의사소통능력을 신장하기 위한 영어과의 수업은 어떤 방향으로 수업을 끌어가는가에 따라 충분히 창의적인 활동이 될 수 있을 듯하다.
지난 7월 경진중 2학년 영어 수업(담당 교사 김양희)에서는 물건 사고 팔기(2학년 1학기 두산동아 Lesson 5. Saving for Rainy Days)를 주제로 한 수업이 이루어졌는데 교과서에 나오는 활동에 조그마한 변화만 주어도 영어과의 수업이 대단히 창의적일 수 있음을 보여줬다. 이제 그 수업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한번 살펴보기로 하자.
수업의 주제: 야드세일(Yard Sale) - 중고 물건 사고 팔기(Buying and Selling things)
대상: 중학교 2학년 이상
필요 시간: 45분
수업목표: 물건을 팔기 위한 광고 만들기와 물건 사고 팔기
수업안 작성 및 수업 참여 교사, 지도위원: 김양희(경진중), 박재선(강동중), 서공주(대구과학고), 윤형배(시교육청 장학사)
준비물: 여러 가지 물건들, 가격표, 판매대(책상을 사용해도 됨)
수업의 흐름: 브레인스토밍 - 광고만들기 - 물건 사고 팔기
▶1단계 브레인스토밍(Brainstorming): 각 조별로 어떤 형식의 광고를 만들 것인지에 대해 탐색하는 단계.
같은 형식의 광고를 만들어 비교하는 것도 좋지만, 조별로 다양한 형식의 광고를 제작하도록 격려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즉 포스터 뿐 아니라, 인터넷 광고, 신문광고, 노래, 인터뷰 등의 다양한 형식의 광고를 제작하도록 학생들을 격려할 수 있다.
광고를 제작하기 위하여 어떤 내용을 광고에 포함할 것인지, 자신들이 선택한 광고의 형식에는 어떤 내용이 적절할 것인지에 대해 조별로 브레인스토밍의 시간을 가진다. 브레인스토밍을 할 때에는 서로 힘을 모아, 보다 독창적이고 다양한 생각이 많이 나올 수 있도록 격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모든 조원들의 의견들은 학습지에 기록되며, 모여진 다양한 생각들 중에서 가장 좋은 생각들을 선택한다.
▶2단계 조별 광고 시연하기: 다양한 형식으로 제작된 광고를 시연하는 단계.
브레인스토밍에서 얻어진 생각을 토대로 조별로 다양한 형식의 광고를 제작한다. 포스터, 인터뷰, 인터넷광고, 신문광고 및 광고노래 제작발표 등 다양한 광고 형식이 가능하다. 그 밖에 또 어떤 형식의 광고가 가능할 것인지 교사가 제시하기 보다는 학생들에게 먼저 의견을 물어보는 것이 중요하다.
광고의 내용은 야드세일(Yard Sale)이라고 하는 미국 문화의 한 요소-자기가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모두 모아 차고나 마당에서 팔면, 이웃이나 지나가던 사람들이 들어와 필요한 물건을 싼 가격에 사가는 행사-를 잘 반영할 수 있도록 지도한다. 광고를 시연한 후 광고에 포함되어야 할 내용들을 다시 한번 점검한다.
3단계 역할놀이: 물건을 사고 파는 활동을 직접 경험해보는 단계
브레인스토밍을 거쳐 광고를 제작하고 시연한 후에는 직접 물건을 사고 파는 체험을 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교과서에 있는 표현을 연습하고 익히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지만, 직접 물건을 가져와서 가격표를 붙여보고, 물건을 한 데 모아 사고 파는 시뮬레이션(simulation)을 해보는 것은 의사소통능력을 신장시키는 데에 매우 효과적이다. 학생들은 이러한 역할 놀이를 통하여, 배운 표현을 연습할 뿐 아니라 그 상황에 적절한 표현을 융통성 있게 사용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진다. 이런 형식의 역할 놀이는 창의성과 의사소통능력을 동시에 신장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다.
서공주(대구과학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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