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책읽기 열풍…'독서 지도' 얼마나 확산되나?

초등학교 1학년, 어린이 집 다니는 6살 자매를 둔 주부 김미업(33·대구 상인동) 씨. 김 씨는 두 아이의 훌륭한 독서 선생님이다. 매일 저녁 직접 책을 읽어주고 책 내용을 소재로 얘기를 나눈다. 아이들 독서교육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달서여성인력개발센터에서 운영하는 '독서논술 강좌'에 나가기 시작한 지도 2년째다.

"주로 토론 위주로 책 읽기를 합니다. 아이들이 잘 아는 '아기돼지 삼형제'나 '심청전'도 소재는 비슷하지만 시각이나 전개방식이 전혀 다른 책과 비교해 주면 또 다른 느낌을 받더라구요."

김 씨는 특히 저학년, 유아들에게는 책을 직접 읽어주는 편이 아주 효과적이라고 했다. 아이들이 '글씨 읽기'에 바쁘다보면 이야기속에서 상상의 나래를 펴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책 내용을 그림으로 그려보게도 하거나, 만화처럼 말풍선을 달아보게도 시킨다고 했다. 짧은 문장이나마 감상글도 써보게 한다. 독서는 아이들의 표현력과 어휘력을 깜짝 놀랄 정도로 키웠다.

"우산을 두드리는 빗소리를 듣고 '엄마, 콩 볶는 소리 같아' 라고 하거나 고속도로 터널로 진입하면서 '엄마, 콧구멍 속으로 들어가네' 할 때, 웃음이 나면서도 한 편으로는 독서를 잘 시켰다는 뿌듯함이 듭니다."

김 씨는 "사설 독서교육도 10집 가운데 대여섯 집은 시킬 정도로 일반화됐다."며 "장래 대학 진학을 생각하면 논술의 토대가 되는 독서에 매달릴 수 밖에 없는 것 같다."고 했다.

'책 읽기 붐'이다. 학교·학원들이 논술을 잘 하려면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고 조언하는 통에 독서는 이제 취학 전부터 중요한 '화두'다. 선망의 대상이 되는 각종 경시대회 입상 학생들도 어릴 때부터의 독서습관이 큰 도움이 됐다고 한다. 학부모들도 이제는 무작정 다독을 권하는 게 아니라 책을 통해 논리적인 사고력을 길러주는 데 관심을 쏟고 있다.

이런 사정을 잘 반영하듯 국내 독서지도 사교육은 급속도로 팽창하고 있다.

대구만 하더라도 서울에 본점을 둔 독서 지도 기관, 글쓰기 교실, 논리·속독 교실 등의 이름을 내건 업체들이 15개가 넘는다. 소규모 업체까지 더하면 2배에 이를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불과 5~6년 만에 불모지나 다름없던 지역 독서시장은 그야말로 무섭게 성장했다.

조영미 (주)'한우리열린교육' 수성구 지부장은 "10년 전만 해도 독서 사교육은 일부 계층에만 한정됐고 수익성도 거의 없었다."면서 "7차 교육과정에서 창의성이나 논술, 수행평가 등 독서를 활용할 수 있는 분야가 늘어나면서 초등학생을 중심으로 독서 시장이 급격히 뜨거워졌다."고 했다. 조 씨가 몸 담고 있는 업체 한 곳만 하더라도 150명 가량의 독서지도사를 관리하고 있으며 수강생은 1천여 명이라는 것.

조 씨는 "저학년 때 독서습관을 익히지 못한 학생들은 고학년에 올라가도 한 달에 책 한두 권 읽기가 어렵다."며 "사설 지도를 받아서라도 올바른 독서법을 가르치고 싶어하는 학부모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학교나 공립도서관에서도 독서운동이 한창이다. 대구시 교육청의 아침독서 10분 운동은 책 읽는 분위기를 확산시키면서 정착단계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독서클리닉' '독서치료' '문학기행' 등 특색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학교·도서관도 늘고 있다.

'독서치료 시범학교'인 매호중학교에서는 2년 째 책을 학생 지도 도구로 십분 활용하고 있다. 기분이 우울할 때, 자신감이 없어질 때, 장래가 걱정될 때 등 '증상'에 맞춰 도움이 될 만한 책을 '처방'한다. 권갑순 교사는 "자신이 처한 상황이나 기분을 책 속에 대입시키다보면 자신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가 가능해지고 자연히 논리적인 판단력도 길러질 수 있다."고 말했다.

중앙초교 학부모 120명은 '명예사서 교사'를 자원해 교내 독서 운동 확산에 앞장서고 있다. 매일 오전, 오후로 나눠서 1~3학년 교실을 돌며 아이들에게 직접 책을 읽어주는가 하면, 대형할인점과 협약을 맺고 영수증 마일리지를 모아 구입한 책을 교내 도서관에 기증하기도 한다.

지역 공립도서관들도 앞다퉈 독서관련 행사를 마련하고 있다. 동부도서관 '독서클리닉', 효목도서관 '독서치료' '독서논술대회', 남부도서관 '동화잔치한마당' 등이 그것.

석정숙 동부도서관 열람봉사과장은 "독서클리닉에서는 학생들의 어휘력, 분석력, 논리력 등 종합적인 독서력을 진단한 뒤 그룹별 독서지도를 하고 있다."면서 "금년 상반기에 참가한 초등학생들의 반응이 좋아 하반기에는 중학생까지 확대·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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