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다란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고개를 쳐들고 자신의 키보다 훨씬 높은 나무의 사과를 따, 바구니에 담는 모습은 가을철 사과 주산지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광경이다. 하지만 이제 이같은 모습은 찾을래야 찾을 수 없는 옛 얘기거리가 돼버렸다.
1980년대에 조성한 경북 북부지역 사과주산지의 사과원이 2000년대 들어 키작은 사과나무로 묘목을 모두 교체하면서 이젠 땅에서 편안하게 사과를 딸 수 있게 된 때문이다. 1990년대 까지만 해도 노령의 농부들이 사다리를 탄채 사과를 따다가 떨어지거나 사다리가 뒤집히면서 골절상이나 타박상을 당하는 일이 다반사였다. 물론 사과 바구니도 함께 뒤집히면서도 과일의 상품가치가 떨어지는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하지만 이같은 문제를 키낮은 사과나무가 한꺼번에 해결해 줬다.
청송 현동면 거성리에서 사과 농사를 짓는 우원수(58)·허연희(56) 씨 부부는 비탈진 언덕밭 3천500평의 사과나무 2천여 그루를 재배하고 있는 가운데 수확기를 맞았지만 높은 곳의 과일 수확 걱정은 않고 있다. 2002년 군농업기술센터의 도움을 받아 3천500여만 원을 들여 조성한 과원에서 연간 20㎏짜리 2천상자를 생산해 조수익 1억 1천여만 원, 순소득 7천여만 원을 올리고 있다는 것. 우 씨의 사과나무는 하나같이 어른 키에서 양손을 뻗으면 다다를 정도로 나지막한 데다 가지가 가늘며 크리스마스트리처럼 삼각형으로 형성돼 있어 작업하기에는 안성맞춤이다.
청송군은 키낮은 사과나무 밭 조성으로 일손을 50%이상 줄안 반면 수확량은 65%가량 늘어났으며, 일조가 좋아 사과의 당도와 색깔이 좋아진 것으로 분석하고 재배면적 확대에 본격 나서기로 했다.
청송군농업기술센터 심장섭 기술보급과장은"키낮은 사과나무 보급이후 쳐진 가지가 없어 나무 사이로 SS분기를 몰고 다니며 약을 치고 수확한 사과는 트랙터를 이용해 운반작업을 할 수 있게 됐다."면서 "일반 과원 조성비보다 비싸지만 수량과 소득은 월등히 좋다."고 말했다.
한편 청송의 키 낮은 사과원 조성은 손계용(76·현동면) 씨가 1992년 이태리 남부 티롤지방을 찾아가 재배기술을 배워 처음으로 보급하기 시작한 이래 1995년 경북도가 연구를 시작해 이듬해 성공한 후 1998년부터 본격 보급에 나선 것이다.
청송·김경돈기자 kd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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