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승엽-우즈, 끝나지 않은 '거포 전쟁'

'홈런왕을 결코 양보할 수 없다. 네가 치면 나도 때린다'

'아시아 홈런왕' 이승엽(30.요미우리 자이언츠)과 '한국형 용병'으로 활약했던 타이론 우즈(37.주니치 드래곤스)의 한국과 일본을 넘나드는 최고 슬러거 자존심 경쟁이 뜨겁다.

우즈는 18일 낮 2시 시작된 요코하마 베이스타스와 원정경기에서 4회 선제 3점 홈런을 날리며 시즌 35호를 기록, 지난 7일 한신 타이거스전 때 연타석에서 대포를 쏘아 올린 뒤 11일 간 침묵을 지킨 채 39호에 멈춰 있던 이승엽을 4개 차로 따라 붙었다.

하지만 이승엽도 잠자코 있지 않았다.

왼쪽 무릎 통증 탓에 한 경기에 3타석만 나서는 '한정 타석제'까지 운영하면서도 선발 출장하는 투혼을 발휘하던 이승엽은 4시간 후 시작된 히로시마 도요 카프와 원정경기 0-3으로 뒤진 4회 무사 2루에서 가운데 펜스를 넘어가는 투런 아치를 그렸다.

대망의 시즌 40호 홈런을 기록하며 우즈와 간격을 다시 5개 차로 벌렸다.

이승엽이 며칠 전 언론과 인터뷰에서 "앞으로 1개를 칠 수 있다면 편안해진다고 생각한다. 올 해 홈런왕을 의식하고 있다"며 타이틀에 대한 강한 의지를 몸으로 보여준 것이다.

둘은 한국 프로야구 시절부터 최고의 거포 자리를 놓고 토종-용병 자존심 대결을 벌였던 사이.

지난 1997년 삼성 소속이던 이승엽은 32개의 공을 펜스 밖으로 넘기며 생애 첫 홈런왕에 올랐지만 이듬해(1998년) 외국인선수 제도 도입과 함께 한국 땅을 밟은 우즈(당시 두산)는 그 해 42개의 아치를 그려 이승엽(38개)을 부문 2위로 밀어내고 최고의 거포로 우뚝 섰다.

이승엽이 1999년 54개의 아치를 그리며 34홈런에 그친 우즈를 멀찌감치 따돌리고 타이틀을 탈환했지만 우즈는 2000년 홈런 2위(39개)로 이승엽(36개)에게 판정승을 거뒀다. 그러나 이승엽은 2001년과 2002년 39개와 47개로 2년 연속 홈런 킹을 차지하며 우즈(2001년 34개, 2002년 25개)의 코를 납작하게 했다.

우즈는 2002년 시즌 후 일본으로 진출, 요코하마 소속이던 2003년과 2004년 각각 40개와 45개의 대포로 2년 연속 센트럴리그 홈런왕에 올라 녹슬지 않은 장타력을 뽐냈다.

이승엽은 2003년 아시아 홈런 신기록(56개)의 세우고 우즈보다 2년 늦게 일본으로 건너갔고 롯데 마린스 소속이던 2004년 14홈런과 지난 해 30홈런에 그쳐 우즈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하지만 이승엽은 올 해 요미우리의 4번 타자 자리를 꿰찼고 특유의 부드러운 스윙으로 센트럴리그 홈런부문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페넌트레이스 종착역까지 이승엽은 14경기, 우즈는 22경기가 각각 남아 있어 긴장의 끈을 늦출 수 없는 이승엽이 진정한 거포 대결에서 우즈를 꺾고 리그 홈런왕의 영예를 누릴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연합뉴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