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용훈 대법원장 "국민 제대로 못 섬기면 퇴출"

이용훈 대법원장이 18일 대구고등·지방법원을 방문한 자리에서 정치권을 겨냥한 발언이 눈길을 끌고 있다.

이 대법원장은 이날 국민들의 대사법부 신뢰 추락을 거론하면서 "여야를 막론하고 1960년대 이후 법정에서 노래를 부르고 신발 벗어 던지던 사람들이 정치권에 진입해서 국정을 움직이고 있으며 그들은 법원을 신뢰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법원이 과거 정권유지에 일정 역할을 한 원죄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이 대법원장은 신뢰 회복의 지름길은 "법원이 공평무사하게 재판하고 있는 점을 잘 알 수 있도록 재판을 제대로 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특히"법원의 권한도 국민으로부터 나온 것인 만큼 주인을 제대로 섬기지 못하면 퇴출될 수 밖에 없다."면서"존경받는 법원이 되기 위해서는 단순한 친절이 아니라'국민이 주인이다.'는 의식을 재정립하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그는 또"당사자마저 설득시키지 못하는 판결은 국민의 반발만 불러오기 때문에 재판에 대한 철저한 준비와 법관 스스로 생각을 바르게 하려는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법원장은 최근 법조비리를 언급하면서"우리는 법관들이 대부분 청렴하며 문제가 된 사람이 한, 두명이라고 생각하는데 국민들은 법원은 썩었는데 한, 두명이 수면 위로 부각된 것 뿐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법관들의 신중한 처신을 당부했다.

그는 아울러 영장발부와 관련,"영장이 발부되면 가장이 구속되고 가정이 위기에 빠지는 등 구속당하는 사람과 가족에게는 재앙과 같은 상황이 닥친다는 것을 판사들도 인식해야 한다."면서 "구속적부심을 통해 며칠 뒤 석방되거나 얼마 안가서 집행유예로 풀려날 사건인데 왜 구속영장을 발부하느냐."며 숙고해 달라는 주문도 잊지 않았다.

"영국이 현대사에서 혁명을 경험하지 않았던 이유도 사법부가 적절한 역할을 해냈기 때문이었다."고 지적한 이 대법원장은"국가 기능 중 중요한 것이 법치주의며 법원은 법치주의 실현을 위한 창구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다.

이와 함께 이 대법원장은"판사와 직원은 하나의 목표를 위해 존재하는 만큼 하나가 돼야 한다."며"구성원 모두가 자부심을 느끼는 법원을 만들어 후손들에게 물려주자."는 말로 훈시를 마쳤다.

최정암기자 jeong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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