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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봇대 밑은 '쓰레기 천지'…'문전수거' 성공할까?

지난 15일 오후 대구 중구 삼덕동 주택가 골목 전봇대 주변. 먹다 남은 음식물 찌꺼기와 술병 등 온갖 쓰레기가 어지럽게 널려 있었고 악취가 진동했다.

같은 날 인근 대구 남구 대명동 주택가. 원룸이 빼곡한 골목길 곳곳에는 못 쓰는 전자제품, 밥상 등이 아무렇게나 버려져 있었다.

"자기 집앞이 아니니까 아무렇게나 쓰레기를 던져 버린다. 특히 음식물 쓰레기를 비닐에 담아 버리기까지 해 심한 냄새로 구역질이 날 정도"라고 이 동네 한 주민은 하소연했다.

생활 쓰레기나 음식물 쓰레기를 지정된 곳에 모아 버리는 '거점수거' 방식이 단독 주택가를 '쓰레기 천국'으로 만들고 있다.

때문에 대구시내 일부 구청이 다음 달부터 '문전수거'를 시작한다. 자신의 집앞에 쓰레기를 모아두고 청소차가 수거하도록 하는 것. 대구 단독주택가 쓰레기 수거정책의 일대 변혁이 예고되는 가운데 성공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구 수성구청은 10월부터 범어2동 3천800가구 주민들을 대상으로 '문전수거제'를 시범적으로 실시한다. 생활 및 재활용쓰레기 문전수거는 대구시내에서 처음.

수성구청 이영호 환경청소과장은 "지금까지 수거 편의를 위해 거점수거로 해왔지만 결국 동네만 지저분해졌다는 민원이 들끓었다."며 "6개월 동안 문전수거 시범을 통해 장·단점을 파악한 뒤 2008년부터는 수성구 전 지역으로 쓰레기 문전수거제를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수성구는 이를 위해 850만 원을 들여 '재활용쓰레기 분리배출용' 봉투 3천800개를 제작, 다음달부터 주민들에게 나눠준다. 생활용 쓰레기는 일반 종량제 봉투에 넣고 종이, 캔, 병 등 재활용 쓰레기는 구청에서 제작한 봉투에 넣어 대문 앞에 놔두면 청소차량이 지나가면서 거두어 가겠다는 것.

구청은 쓰레기 문전수거가 정착하면 동네 환경이 깨끗해지는 것은 물론, 쓰레기량도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대구 달성군 논공읍 북리의 사례는 '문전 수거제'의 성공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지난 7월부터 음식물 쓰레기 문전수거제를 시작한 이 동네는 올초까지만 해도 이어지던 '쓰레기 악취'에서 해방됐다.

이 동네 주민 김남숙(40) 씨는 "자기 집 앞에 쓰레기를 모아두다 보니 주민들 모두 쓰레기를 깨끗하게 처리, 악취가 덜 나고 특히 버리는 쓰레기량도 예전보다 줄었다."고 좋아했다.

달성군청 최정곤 청소담당은 "음식물쓰레기 월 평균 수거량이 69t 가량이었으나 문전수거를 시작한 뒤엔 49t으로 쓰레기량이 확 줄었다."고 말했다.

자원순환사회연대 김미화 사무처장은 "거점에서 문전으로의 수거방식 변화는 동네주민들의 책임감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제대로 된 쓰레기 정책 수행을 위한 지자체의 노력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정현미기자 bor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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