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어느 권력도 KBS에 눈독 들이지 말라

KBS가 사장 선임을 둘러싸고 여러 달째 들끓고 있다. 어제 KBS임시이사회는 오는 20~26일 사장 후보 공모→사장후보추천위원회 후보 2명 압축→이사회 후보 1명 제청→대통령 임명의 과정을 밟기로 의결했다. 하지만 KBS 안팎에서는 특정인 連任(연임)을 위한 형식적 절차에 불과하다는 반발이 터져 나오고 있다. KBS노조는 당장 사장후보추천위 7명에 KBS 이사 4명을 넣어 과반수를 차지하게 한 것은 정연주 사장의 연임을 밀어붙이려는 속셈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이사회의 다수가 정 사장 연임을 지지하는 여권 추천 인사라는 점에서 신빙성이 묻어나는 얘기다.

그렇다면 무늬만 공모제고 내막은 '코드인사' '자기사람 심기'로 얼룩진 다른 공기업의 낙하산 인사와 하나도 다를 바 없다. 더구나 정 사장은 재임 시절 내내 자질과 능력 면에서 숱한 논란에 휩싸여, 지금도 노조 대의원 176명이 연임 반대를 결의해 놓고 있고 KBS직원 82.2%가 반대의사다. 야당도 그의 정치적 편파성을 이유로 연임을 막고 있다. 경영도 낙제점이다. 지난해 방송위의 지상파 3사 경영 평가에서 KBS는 꼴찌를 했다. 2004년에는 638억 원이란 유례 없는 적자를 냈다. 일반기업 같으면 벌써 옷을 벗었어야할 사람이다.

그런 그가 지난 6월 30일 임기 만료 이후에도 사장 직무대행을 고집하며 계속 출근하고 있다. 노조의 출근 저지도 소용없고, 오히려 청와대를 드나들며 연임 운동을 한다는 소문이 나도는 판이다. 한 사람 때문에 공영방송의 公共性(공공성)과 獨立性(독립성)이 도마에 오르고 있는 것이다.

노조는 사장후보추천위에 자신들의 대표 2명이 들지 못하면 파업을 벌이겠다는 입장이다. 과거 권위주의 정권이 KBS를 홍보도구로 삼던 풍경을 다시 보는 것 같다. 국민은 어느 권력도 눈독을 들이지 않는 공영방송을 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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