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클레오파트라 집권 시절 알렉산드리아에 '自殺(자살)학교'가 있었다고 한다. 사회 공인이 참을 수 없는 恥辱(치욕)을 당했을 때 소신이나 약속을 죽음으로 지키게 하기 위해서였다. 로마제국에서도 그런 자살이 영웅시됐다. 그러나 명예를 건 '명분 자살'이 허용되던 유럽에서도 13세기부터 사정이 달라졌다. 신학자 토마스 아퀴나스가 '자살은 他殺(타살)보다 죄가 무겁다'는 해석을 체계화한 이후의 일이다.
○…우리는 자살을 죄악시하는 전통을 갖고 있다. 머리카락 한 올도 훼손해서는 안 된다는 게 儒敎(유교)의 신체관이었으니 자살에 대해선 말할 필요조차 없다. 자살은 개인의 억울함'분함'고달픔에서 오는 '개인중심형', 조직이나 집단의 義理(의리)나 명예로 인한 '집단중심형'으로 나뉘기도 한다. 아무튼 현대인의 자살은 주로 '문제의 최종 해결책'이라는 그릇된 생각에 의해 저질러지는 경우가 많아 큰 문제다.
○…우리나라의 지난해 자살률(인구 10만 명당 자살자 수)이 26.1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나라 중 1위로 나타났다. 하루 평균 33명, 44분에 1명 정도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셈이다. 10년 전보다 2배가 넘으며, 2001년 이후 5년 연속 자살률이 늘어났다. 2003년 4위에서 그 이듬해부터 1위를 차지, 지난해는 0.9명이나 증가해 2년 연속 그 불명예의 자리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남성의 자살률(34.9명)이 여성(17.3명)의 두 배이며, 나이가 들면서 더욱 심해지는 양상이다. 60대 54.6명, 70대 80.2명, 80세 이상은 127.0명으로 20대(17.7명)와 30대(21.8명) 등에 비해 엄청나게 높다. 80세 이상은 20대의 무려 7배로 고령화사회의 그늘을 傍證(방증)한다. 또한 40대 남성의 자살률은 여성의 2.7배, 50대 남성은 3.4배로 실업 등 경제적 상황 악화 등을 말해준다.
○…'참여정부' 들어 서민층을 위한다는 말들은 무성했지만 자살률은 왜 늘어나고만 있는지 안타깝기 그지없다. 40, 50대는 失業(실업)과 생활고 때문에, 노인들은 가족 해체로 부양받지 못하는 절망감 때문에 자살하는 경우가 많다면 누구의 책임이 가장 큰가. 사회 구성원 모두가 生命(생명)의 존엄성에 대한 존중과 '함께 사는 삶'의 분위기를 만들어 나가야겠지만, '죽기보다 살기 힘든 세상'이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이태수 논설주간 tspoe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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