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천만 관객의 마음은 어디로?'
극장가 최대 대목인 추석이 2주 앞으로 다가왔다. 특히 올해는 징검다리 연휴까지 합쳐 최대 9일의 연휴가 이어지는 탓에 극장가가 일찌감치 달아오르고 있다. 평년 추석에는 보통 3, 4편의 영화가 경합을 벌이지만 올해는 추석시장을 노리는 영화만 최소 6편. 외화까지 더해지면 10여 편의 영화들이 극장에 걸리는 셈이다.
작년의 경우 연휴 직전 개봉일부터 연휴 마지막날까지 5일간 390만 명이 극장을 다녀갔다. 작년보다 두 배 긴 올해 추석 연휴에는 1천만 명 이상의 관객이 극장으로 몰릴 것으로 영화계는 추산하고 있다.
추석 극장가의 인기 장르는 가족 코미디. 한 주 앞당겨 개봉한 '가문의 부활'은 시리즈 전편 2편이 모두 5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했다는 브랜드 파워를 앞세우고 있다.
역시 가족 코미디를 표방하는 이범수·김정은 주연의 '잘살아 보세'는 1970년대를 배경으로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를 풀어놓아 옛 시절에 대한 향수를 자극한다.
영화 '무도리'는 마파도의 할아버지 버전. 마파도에선 할머니 셋이 웃음을 자아냈다면 무도리에서는 할아버지 세 명이 등장, 좌충우돌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박인환, 최주봉, 서희승 등 중년 배우들의 연기변신이 눈길을 끈다.
우리나라 최초의 뮤지컬 코미디를 표방하고 있는 '구미호 가족'은 인간이 되기 위한 구미호 가족들의 이야기를 노래, 춤과 함께 풀어내고 있다.
가족 코미디 외에도 주목할 만한 영화들이 있다. 허영만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한 '타짜'. '타짜는' '범죄의 재구성'으로 스타 감독의 반열에 오른 최동훈 감독의 유명세와 조승우, 백윤식, 김혜수 등의 연기를 바탕으로 흥행을 노리고 있다. 특히 명절에 빠질 수 없는 화투를 비롯한 도박과 사기라는 흥미로운 소재를 도입해 눈여겨볼 만하다.
1천200만 명의 관객동원에 성공한 '왕의 남자' 이준기 감독의 차기작 '라디오 스타'는 감독의 인지도가 먼저 눈에 띈다. 거기에다 안성기, 박중훈을 투 톱으로 내세워 무게감을 실었다.
풍성한 한국영화와는 달리 외화는 기근현상을 보이고 있다. 그렇지만 외화라고 해서 황금시장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법. 장쯔이 주연의 '야연'은 장대한 스케일과 화려함으로 벌써부터 주목받고 있다. 명절 특수 영화라 자처하는 청룽(成龍) 주연의 작품도 끼어든다. '추석 유일 액션영화'란 전략으로 개봉하는 청룽 주연의 'BB 프로젝트'도 빠질 수 없는 코믹 액션 영화.
기대작들이 한꺼번에 한 주 차이로 개봉하는 만큼 영화계는 이번 추석영화 시장은 한 작품이 독점하기보다 나눠먹기 식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최세정기자 beacon@hanmail.net
■ 가문의 부활(21일 개봉/15세 관람가)
1편 '가문의 영광', 2편 '가문의 위기'의 성공으로 기획된 추석용 영화. 신현준, 김원희, 김수미, 탁재훈 등 전작의 출연진들이 다시 뭉쳤다. 조폭 가문 백호파가 검사 진경(김원희)을 맏며느리로 맞으면서 파란만장했던 조직 생활을 청산한다. 그들은 어머니 홍덕자(김수미)의 손맛을 바탕으로 김치사업을 시작하면서 사업은 날로 번창한다. 한편 인재(신현준)와 얽혀 구속된 전직 검사 명필(공형진)은 복수를 벼르다 출소 후 백호파를 위기에 빠뜨린다.
■ 무도리(21일 개봉/15세 관람가)
강원도 산골 무도리(無道理). 그곳에는 사람을 홀려 아래로 떨어지게 한다는 도깨비골이 있다. 어느 날 자살사이트 운영자가 도깨비골에서 투신하고 그의 소개 덕분에 무도리는 하루 아침에 자살명당으로 소문난다. 그때부터 전국 각지의 자살희망자들이 몰려들기 시작하자 무도리 노인 봉기(박인환), 해구(최주봉), 방연(서희승) 3인방은 마을을 찾는 자살지원자들을 대상으로 돈벌이를 시작한다.
■ 야연(21일 개봉/15세 관람가)
권력의 혼란기 속에서 중국 황제가 의문의 죽음을 당한다. 황제 시해 배후로 의심받는 동생 리(유거)가 황위를 계승하고 미망인이 된 황후 완(장쯔이)은 새 황제인 시동생의 아내가 된다. 어린 시절 연인이었던 완이 아버지에게 간택되자 왕실을 떠나 은거하던 황태자 우롼(대니엘 우)은 아버지 부음을 듣고 입궁한다. 하지만 완의 재혼 소식으로 괴로워하며 숙부에 대한 복수를 결심한다. 냉정과 열정 사이를 오가는 장쯔이의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가 감상 포인트.
■ 잘 살아보세(28일 개봉/12세 관람가)
1970년대 정부가 산아제한에 나서던 시절, 출산율 1위인 충청도 산골 용두리에 가족계획요원 박현주(김정은)가 파견된다. 하지만 주민들을 설득하기엔 역부족이다. 고민 끝에 변석구(이범수)를 마을 이장으로 만들고, 둘은 시찰을 나온 박정희 대통령에게 용두리 출산율을 0%로 만들겠다고 약속한다. 이 둘이 주민들의 '밤일' 관리에 나서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들이 코믹하게 그려진다. 피임법을 사투리로 통역하는 이범수의 능청스러움과 피임에 무지한 주민들의 모습이 웃음을 자아낸다.
■ 구미호 가족(28일 개봉/15세 관람가)
인간이 되고 싶은 네 명의 구미호 가족은 천 년이 되는 날만 손꼽아 기다린다. 바로 그날 인간의 싱싱한 간을 먹으면 진짜 인간으로 거듭날 수 있기 때문. 그 한 달을 남겨두고 구미호 가족은 도시에 나타나 서커스장을 개업한다.
어느 날 서커스장에 사기꾼 기동이 나타난다. 구미호 가족은 첫째 딸에게 접근하는 기동을 환영하며 딸과 강제로 합방을 시키려 한다. 기동은 그 과정에서 가족의 정체를 알고, 구미호의 변신과정을 몰래카메라에 찍어 한몫 챙기려 한다.
■ 타짜(28일 개봉/18세 관람가)
허영만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한 작품. '범죄의 재구성'으로 스타 감독의 반열에 오른 최동훈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도박판을 배경으로 꿈과 좌절, 사랑 등을 극적으로 담으며 멜로와 액션, 스릴러 요소를 모두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타짜'는 특히 시리즈 영화로 제작이 논의되는 등 원작만화만큼 스크린에서 높은 기대를 받고 있다. 더욱이 조승우, 김혜수, 백윤식, 유해진 등 스타급 배우들의 출연도 관심을 모은다.
■ 라디오 스타(28일 개봉/12세 관람가)
카페촌에서 기타를 치는 최곤(박중훈)은 한때 가수왕이었지만 지금은 잊힌 가수이다. 그의 곁에는 변함없이 그와 함께하는 매니저 박민수(안성기)가 있다. 최곤이 사고를 치면서 강원도 영월의 라디오 DJ로 가게 되고, 이 자리를 우습게 여긴 최곤은 제 멋대로 방송을 진행하는 것도 모자라 스튜디오 안으로 커피까지 배달시킨다. 어느 날 커피 배달 온 다방아가씨 김 양을 즉석 게스트로 등장시키면서 방송은 점차 호응을 얻기 시작한다.
■ BB 프로젝트(28일 개봉/12세 관람가)
상습 도박꾼 뚱땅(청룽)은 빚을 갚기 위해 억만장자의 손자를 유괴한다. 하지만 갱스터가 아기의 목숨을 위협한다는 사실을 알고 오히려 아기를 보호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그동안 대부분 악당에 맞서는 영웅 역할을 해오던 청룽이 이번에는 도박에 중독된 한심한 좀도둑 역을 맡아 연기 변신을 꾀한다.
최세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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