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토록 원기왕성하던 나뭇잎들이 어느덧 조금씩 파삭해진 모습들로 변했다. 사람도,그무엇도, 태양 아래 있는 모든건 적어도 한가지 점에선 똑같다. 시간과 더불어 윤기를 잃어간다는 것.
태풍이 한 차례 휩쓸고 간뒤 한결 가을빛이 짙어졌다. 나무들은 지금 마지막 축제 준비로 분주하다. 낙엽이 되어 떨어질땐 떨어지더라도 그 전에 온 천지를 한바탕 알록달록 멋드러지게 물들이고야 말겠다는거다.
똑같은 시간의 분량임에도 매번 한 해의 전반과 후반이 사뭇 다르게 와닿는다. 봄·여름이 여유로운 산책같다면 가을·겨울은 고속열차로 횅 달려가는 듯한 그런 느낌.
나이도 그러하다. 10,20대까지는 시간이 마디지만 30대 이후로는 가속도가 붙는다. 우스갯말마따나 연령대 따라 시속 30km, 40km, 50km, 70km….
대체 우리 인생의 황금기는 언제쯤일까. 나이만을 본다면 아무래도 중년기가 가장 윤기나는 시기 아닐까. 정신분석학자 칼 융이 "신체뿐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인생의 절정을 지나 내리막길로 접어든 '인생의 정오(Noon of life)'에 해당된다"고 말한걸 보더라도.
'정오의 나이'로는 40대가 제격이다. 현재와 미래의 한가운데쯤 와 있는 시기. 그러나 壯年(장년)부터는 슬프게도 제 뜻대로 되지 않는 일이 점점 더 많아지는 걸 깨닫는 시기다. 하루의 시간에 빗대보면 50대는 오후2~3시, 60대는 오후 5~6시, 70대는 오후 7~8시…. 햇빛은 점차 옅어지고, 마침내 어둡살이 내리는 시간이다. 그렇지만 아직도 이슥한 시간은 아니다. 때문에 지금 60,70대라도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해 볼 시간이 남아있다.
최근 영국의 100세된 성공회 신부는 100세 생일 기념 설교를 성공적으로 해냈다고 한다. 또 미국의 키티 칼리슬 하트라는 왕년의 유명 여가수는 96세에도 뉴욕 공연을 준비중이라 한다. 하트는 "여전히 예리한 모습을 보여주는 103세 남성,그리고 오페라 공연이나 저녁식사에 초대해 주는 90세 남성을 친구로 두고 있다"고 자랑했다. 둘러보면 우리 주변에도 예순 넘어 피아노를 처음 배우는 사람도 있고,칠순 나이에 독창회를 꿈꾸며 성악을 배우는 이들도 있다. 언젠가 낙엽처럼 질 땐 지더라도 때로는 '나이 스위치'를 과감히 꺼버릴 필요가 있다.
전경옥 논설위원 siriu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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