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공화국부터 문민정부 시절까지 청와대 비서관과 환경부 장관으로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등 대통령 3명을 연이어 보좌했던 윤여준 전 환경장관이 세 전직 대통령의 성격과 업무 스타일을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윤 전 장관은 19일 서울대 행정대학원이 마련한 제5회 '장관리더십' 포럼에서 이들 전직 대통령에 얽힌 에피소드 등을 전하며 이들의 성격 등을 비교했다. 그는 "세 분 대통령 중 두 분은 감옥에 갔고 한 분은 IMF(국제통화기금)체제를 겪었다."며 "모두 본전을 못 건진 것 같다."고 요약하고선 "노무현 대통령도 본전을 못 건지고 있으며 남은 임기 동안 아마 적자를 보기가 쉬울 것 같다."고 전망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군 출신으로 호기를 부리기 좋아하고 부하들을 훈련시키듯 혹독하게 다뤘지만 야단을 치더라도 성격상 뒤끝이 없었다고 윤 전 장관은 소개했다. 또 사람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습관이 있고 옷매무새와 정리정돈 등을 매우 중시해 한 비서관의 임명장 수여식 날 약간 커 보이는 양복을 입은 신임 비서관에게 즉각 '옷이 안 맞는다.'고 지적한 일화도 있다. 불시에 순시 나가는 것을 좋아해 경호실장은 옷을 입고 잠자리에 들 정도로 항상 초긴장 상태에 있었고, 집무실에서 '앉으라'고 말하기 전에 부하들이 앉으면 불호령을 내렸다고 한다. 이 같은 깐깐한 성격 때문에 청와대 부속실 직원들은 재떨이의 물 깊이를 점검하고 사인펜의 위치까지 색깔별로 정리해야 할 정도였다고 윤 전 장관은 전했다. 그러나 참모의 의견을 듣기 전에 현안이나 정책에 대해 미리 판단하고 지시하는 경우도 있었다.
◇노태우 전 대통령=전 전 대통령과 달리 털털한 성격이었다고 윤 전 장관은 평가했다.
군 장성에게 계급장을 수여하면서 떨어진 나사를 직접 주울 정도로 격식을 갖추는 것은 신경 쓰지 않았지만 현안에 대한 최종 결정을 직접 내리는 것은 기피하는 편이었다.
윤 전 장관은 "노 전 대통령에게 두 가지 방안을 보고하면 다시 의논해 가져오라는 지시가 내려졌다"며 "이는 결국 알아서 단일안을 만들어 오라는 것으로 참모들은 판단했고 참모들 역시 계속 대책회의를 해 봤자 서로 책임지지 않으려고 소득 없는 논의만을 되풀이했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당시 "이런 문제 때문에 안팎에서 국정이 표류한다는 비판도 많이 받았고 자조적으로 '하루살이 정권'이란 말도 들렸다."고 말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일생 동안 정치인으로 살아온 김 전 대통령은 국정 경험은 부족했지만 누군가로부터 거슬리는 말을 듣더라도 제재하거나 화를 내는 법이 없었다고 윤 전 장관은 소개했다.
그는 "당시 민정수석은 매주 민심동향 보고를 통해 시중에서 도는 비판적인 얘기를 아무런 여과 없이 있는 그대로 표현했다."며 "다른 사람이 들어도 얼굴이 화끈거릴 내용이 있어도 한 번도 화 내거나 천장을 쳐다보며 회피한 적이 없었다."고 전했다. 김 전 대통령은 오히려 "민정수석은 직책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 것"이라며 격려하기도 했고 주위에서 합리적인 얘기를 하면 놀랄 만큼 즉석에서 수용하는 경우도 많았다고 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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