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훈 대법원장이 최근 검찰 수사를 '밀실수사' 로, 변호사들을 '거짓말쟁이' 식으로 비하하는 듯한 발언을 잇따라 쏟아내자 검찰과 변호사단체가 격앙된 분위기 속에서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이 대법원장이 취임 1주년(9.25)을 앞두고 일선 법원을 순시하며 법관들에게 공판중심주의와 구술변론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한 발언이기는 하지만 사법부와 함께 '법조 3륜'의 두 축인 검찰과 변호사를 철저히 무시했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대검찰청이 20일 오전 임승관 대검 차장검사 주재로 검사장회의를 열어 대책 마련에 돌입한 데 이어 대한변호사협회도 21일 오전 임시 상임이사회에서 대응책을 논의했다.
이 대법원장은 이달 13일 광주 고·지법을 방문, "변호사들이 만든 서류는 대개 사람을 속여 먹으려고 말로 장난치는 것이 대부분이다.", 19일 대전 고·지법에서는 "검사들이 사무실에서, 밀실에서 비공개로 진술을 받아놓은 조서가 어떻게 공개된 법정에서 나온 진술보다 우위에 설 수 있느냐"라고 훈시한 바 있다.
이와 관련, 대법원 관계자는 "일부 변호사들이 만든 서류라는 것이 소송을 유리하게 하기 위해 법원을 속이고 사실관계를 왜곡하는 경향도 있다는 것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는 취지로, 당사자 본인 출석과 진술내용을 통해 사건의 실체를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발언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대법원장의 발언은 결코 변호사를 비하하고자 했던 것은 아니며 재판업무를 담당하는 법관들에게 민사재판에서 구술주의의 요체는 법정에서 당사자 진술을 생생하게 듣는 재판진행을 통해 사건의 실체를 가려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 취지였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대법원의 해명에도 검찰과 대한변협은 선뜻 물러설 기미가 아니다.
대검 검사장회의에서는 이 대법원장의 발언이 국가기관인 검찰을 비하한 것은 물론 국민에게 검찰에 대한 불신을 심어줬기 때문에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주류를 이뤘던 것으로 알려졌다.
변호사 단체인 대한변협도 이 대법원장의 발언에 대해 중론을 모아 대처할 계획이다.
변협 관계자는 "변호사가 사람을 속인다고 생각하는 이 대법원장의 발언 의도가 의심스럽다. 많은 변호사가 이 대법원장의 발언을 굉장히 좋지 않게 생각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변협은 21일 오전 임시 상임이사회에서 이 대법원장의 발언에 대한 입장을 정리한 후 성명이나 논평 등을 통해 공식 입장을 표명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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