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후 6시 대구 동구 신천역네거리. 출·퇴근 시간대면 어김없이 차량 정체가 반복되는 구간. 대구시 교통국 소속 공무원 22명을 태운 버스가 꼬리를 물고 밀려드는 차량 사이에서 가쁜 숨을 내뱉고 있었다.
"공고네거리로 향하는 좌회전 전용차로 때문에 상습 정체가 반복되고 있습니다."우대윤 교통정책과 교통기획담당이 정체 이유를 설명했다.
"좌회전 신호를 없애고 청구네거리 쪽에서 유(U)턴 하도록 유도하면 어떨까요." "그렇게 되면 인근 주민들이 불편을 호소할 수 있습니다."버스 안 여기저기서 의견이 쏟아졌다.
이 목소리들은 한데 모아진 뒤 교통행정 태스크포스팀으로 넘겨져 교통 개선 정책을 만드는데 기초 자료로 쓰일 예정.
대구의 교통정책을 결정하는 시청 교통국 소속 5급 이상 간부 공무원들이 함께 버스를 타고 퇴근길 정체 시간대에 직접 교통 현장 체험에 나선 것. 이들은 지난 18일과 20일, 현장 체험에 나선데 이어 22일에도 거리로 뛰어든다.
교통이 가장 혼잡한 오후 6시부터 2시간 동안 시내 곳곳의 교통시설과 주요 네거리를 둘러보고 있다. '탁상행정'에서'현장행정'으로 탈바꿈하기 위한 몸짓이다.
고속버스 터미널에 이르자 다시 정체가 시작됐다. 도로 변에는 빈 택시들이 4차로를 점령한 채 줄지어 서 있는 상황.
"택시 '베이(bay)'가 없는 탓에 교통 흐름에 방해가 되고 있네요.""단속 외엔 방법이 없는가요.""택시기사들의 반발은 어떻게 해소하면 좋겠습니까." 잠시 정적. 2시간 동안 진행된 이날 현장 순찰 내내 버스 안은 탄식과 고민이 교차했다.
이날 이들은 고속버스 터미널과 MBC네거리를 거쳐 범어네거리와 황금네거리, 반야월삼거리, 동구청, 동대구역으로 이동하며 교통상황을 직접 눈으로 봤다.
간선도로의 신호등 연동 실태와 교차로 내 정체, 네거리 교통섬, 교통흐름 개선 등이 주요 관심 대상. 또 상습 불법 주·정차 구간과 불법 주·정차로 인한 교통 체증, 버스 정류장의 위치와 택시 주정차 실태, 버스전용차로 위반 정도 등도 꼼꼼히 살펴봤다.
버스가 수성구 범어네거리에 이르자 버스 전용차로를 차지하고 있는 불법 주·정차 차량들로 자연스레 눈길이 모아졌다.
"예상보다 대로변 불법 주·정차가 심각합니다."진용환 버스개혁기획단장이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단속강화는 파리채로 파리를 쫓는 일이나 다름없습니다. 지속적인 효과를 거두기 어렵죠.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합니다.""특히 오후 8시 이후 시간대가 가장 취약합니다. 단속 공무원이 퇴근한 이후라 제대로 된 단속을 펼치기 어렵죠. 이 시간이 되면 대로변은 거의 주차장이나 다름없어요." 당장 묘안이 떠오르지 않는지 다들 고민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버스 전용차로를 질주하는 차량들도 적지 않은 상황. "전용차로 단속 카메라를 늘릴 필요가 있겠네요. 범어네거리에서 황금네거리까지 이렇게 긴 구간에 단속 카메라가 하나도 보이질 않아요." 어린이대공원 앞 교통섬에 설치된 광고탑에 내부 조명을 설치하자는 의견도 제시됐다.
유영수 교통정책과장은"실제 대구시내 전역의 교통 현장을 눈으로 확인해보니 개선이 시급한 구간이 적잖다."고 말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구미 '탄반 집회' 뜨거운 열기…전한길 "민주당, 삼족 멸할 범죄 저질러"
尹 대통령 탄핵재판 핵심축 무너져…탄핵 각하 주장 설득력 얻어
계명대에서도 울려펴진 '탄핵 반대' 목소리…"국가 존립 위기 맞았다"
尹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 임박…여의도 가득 메운 '탄핵 반대' 목소리
이낙연 "'줄탄핵·줄기각' 이재명 책임…민주당 사과없이 뭉개는 것 문화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