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일간의 포항지역건설노조 파업이 풀린 21일 포스코 현장에 출근한 노조원은 1천530명. 전날의 1천417명, 19일의 1천240명보다 조금 늘어났고 비조합원 노동자 수는 변함이 없었다. 당분간은 현재의 작업 인원 수 정도만 유지될 전망이다.
파업이 풀렸는데도 출근자수가 크게 늘지 않는 것은 추석 때문이다. 임단협상 노조원들이 지금 당장 복귀해 하루라도 일하면 사측은 다음달 초의 추석 휴무수당을 모두 지급해야 한다. 추석연휴를 많게는 9일, 적게는 4일 정도로 잡더라도 상당한 액수여서 82일 파업으로 경영위기에 내몰린 사측이 이를 부담하기란 쉽지 않다. 또 사측은 추석이후 노조원들을 투입하면 만근 시 주는 10월분 월차를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
모 회사 관계자는 "야속하다고 생각할지 몰라도 경영여건상 어쩔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또 파업이 오래 지속되다보니 안전 펜스 설치 등 작업 준비만도 며칠이 소요돼 지금 당장 노조원들을 투입할 상황도 아니라는 것. 이런 상황때문에 노조 반장급 중간 간부들은 9월 초 조기타결을 재촉했으나 받아들여 지지 않았고 한 간부는 "안타깝지만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상황도 역전됐다. 지금까지는 사측이 파업 타결을 간절히 바랐지만 지금부터는 일자리를 찾아야 하는 노조원들이 사측에 매달릴 수밖에 없게 된 것. 더욱이 이번 협상에서 노무공급권이 '노조원이라는 이유로 불이익을 주지 않는다'로 개정돼 노조원들을 사용하고 안하고는 사용자측의 몫이 됐다.
20일 파업 종결후 노조지도부가 반장급 중간 간부들을 모아 '가급적 노조원들을 많이 고용해 달라'고 한 점에도 이는 드러난다. 특히 그동안 파업을 주도한 강성노조원들은 설자리가 좁아질 전망이고 회사측은 이미 부담이 되는 노조원들의 리스트를 작성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때문에 파업 종결 후 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노조원들도 늘어나고 있다. 토목노조 분회의 한 노조원은 "90여일을 파업 현장으로 쫒아 다니다 보니 생활비가 바닥나 그동안 사채로 연명해 왔는데 지금은 일자리가 없어졌다."며 "올 추석때 귀향은 꿈도 못 꾸고 있다."고 했다.
포항.최윤채기자 cy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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