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간데스크] 힘을 기르소서…

'박사 왕인은 응신왕의 초빙을 받아 천자문과 논어을 갖고 일본에 건너와 태자의 스승이 되었다. ··· 공자는 춘추시대에 나서 만고불후의 인륜도덕을 밝혀서 천하 선비의 시조가 되고 박사 왕인은 공자가 돌아가신 후 760여 년만에 한국에 태어나 일본국 태자에게 충,신,효,제의 도를 가르쳐 나라 안에 전수해 1653년 동안을 계승해 왔다. 천고에 빛나는 왕인 박사의 위업이야말로 유구유대하여 끝이 없다···.'

일본은 백제학자 왕인의 지도에 의해 찬란한 아스카(飛鳥)문화를 꽃피우면서 문화국으로서의 기틀을 다지게 됐고 그 고마움과 은혜를 영원히 잊지 않기 위해 일본의 심장부인 도쿄의 우에노 공원에'박사 왕인비'를 세워 그를 기리고 있다. 비가 세워진 지 올해로 꼭 70년.

이 뿐 아니다. 일본은 미개한 일본개화를 위해 노력하다 귀국하지 못하고 일생을 마치자 오사카의 히라가타(杖方)시에 있는 그의 무덤 앞에도'왕인박사는 4세기말 백제에서 일본으로 논어 10권과 천자문 1권을 가져 왔고 고대로부터 학문의 시조로 숭앙을 받아왔다.'는 기록을 남기며 그의 공을 잊지 않고 있다.

이처럼 일본은 과거 왕인 박사를 비롯한 수많은 우리 선조들의 도움을 받아왔다. 그러나 일본은 임진왜란과 대한제국 강제병탄 등 한반도에 대한 끊임없는 노략질과 침략으로 우리 괴롭히기에 여념 없었다.

다행히 2차대전에서 패전, 1947년 국제분쟁을 해결하는 수단으로써 전쟁과 무력행사는 영구히 포기(9조 1항)하고 육·해·공군 및 기타의 전력은 보유하지 않고 국가의 교전권을 인정되지 않는다는 완전히 비무장(9조 2항)하는 소위'평화헌법'을 채택, 평화를 길을 걷는 듯했다.

하지만 일본은 한국전쟁을 계기로 비약적 경제 발전을 하고 미국과의 밀월을 '백'삼아 또다시 군사대국화에 나서고 있다(미·일 밀월은 조선 국권을 강탈 당하는 계기가 된 카쓰라-태프트 밀약을 떠올리게 하고 있다.).

살아있는 신으로 알았던 천황이 왜소한 모습으로 키 큰 맥아더 연합군 사령관앞에서 무조건 항복하는 모습에서 충격받아 일본 국민들은 미국을 짝사랑하기 시작했다. 아울러 일본은 탈아입구(脫亞入歐)적 행태를 가속화했다. 물론 이해가 되는 부분이다.

하지만 자신들이 일으킨 침략 전쟁으로 엄청난 피해를 본 이웃 아시아 국가들에게는 아무런 죄의식도 없이 2차대전의 A급전범이 합사(合祀)된 야스쿠니 신사참배를 강행하고 역사왜곡, 독도 영유권 주장을 일삼는 등의 이중성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특히 야스쿠니는 조선을 삼키자는 침략 정책인 정한론(征韓論)의 진원지이자 일 군국주의의 배경인 사쓰마(薩摩·현 가고시마현)·조슈(長州·현 야마구치현) 출신이 중심이 된 군인들의 위령을 위해 메이지 시대 초기에 지어진 위령용 신사가 아닌가.

공교롭게 고이즈미 전 수상은 가고시마, 지난 20일 자민당 총재로 당선돼 후임 수상으로 예상되는 아베는 야마구치 출신이어서 우리로선 아픈 과거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주지하다시피 미국을 '백' 삼아 고이즈미는 1956년 자민당 설립 이후 개헌을 내각의 목표로 삼은 첫 수상으로 군사재무장화 추구를 노골화했고 1985년 당시 나카소네 수상 이래 중단된 야스쿠니 신사참배를 다시 강행했고 아베 역시'강한 일본'을 주장하고 있다.

이런 일본 스트레스 속에 고구려사 왜곡을 위한 동북공정(東北工程)과 제주도 남단 섬 이어도에 대한 간섭 등으로 중국도 한반도 괴롭히기에 힘을 보태고 있다. 게다가 미국의 우리나라에 대한 정책도 심상찮다. 왜 이럴까.

그것은 우리가 힘 없고 지리멸렬하기 때문 아닐까. 온 국민이 뭉쳐 힘을 키우고 난국극복에 매달려도 모자랄 판에 온 사회가 사분오열되니 말이다. 일제에 나라가 망한 것은 힘이 없었기 때문이라 갈파했던 도산 안창호 선생의 외침이 들리는 듯하다."내가 여러분에게 간절히 부탁하는 것은 이 것이외다. '여러분은 힘을 기르소서, 힘을 기르소서.'이 말이외다."

정인열 사회1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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