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후 추석선물을 사려는 사람들로 붐빈 대구 중구의 한 백화점 식품관. 전세계를 통틀어 100세트만 있다는 한정판 양주 '조니워커 블루 애니버셜'(750ml) 한 병이 말끔하게 닦여진 투명유리 속에 웅크리고 있었다. 스코틀랜드에서 직수입된 이 술 가격은 600만 원.
백화점 주류코너에 깔린 국내산 고급 와인 1병(750ml) 가격은 2만 8천 원. 600만 원 짜리 양주 한 잔(30ml) 값(24만 원)이면 국내산 고급 와인 8병을 사고도 돈이 남는다.
프랑스 보르도산 고급 와인 '샤또 페뜨뤼스' 한 병(750ml) 가격은 자그마치 2백95만 원. 최근 서울 강남 일대 백화점에서 출시돼 화제를 일으킨 '루이 13세'와 비슷한 가격대.
루이13세는 700ml 1병 가격이 300만 원으로 전세계 코냑 중 가장 비싼 것으로 알려졌었다.루이 13세를 뺨칠만한 가격대의 술 선물세트가 올 추석 대구에서도 선보인 것.
찾는 사람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팔리니까 갖다놓는 것이 아니냐."는 대답이었다. 명절 선물 뿐 아니라 연중 선물용으로 활용되며 '특별한 손님들'이 사간다는 것.
대나무를 가늘게 쪼개 색칠한 뒤 무늬를 놓아 만든 채상에다 담아놓은 한과. 한 세트에 2백만 원. 대구지역 백화점에는 단 하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대구지역 봉급생활자의 월평균임금이 159만 원 점을 감안하면 한달 월급을 몽땅 털어도 한과 한 세트를 살 수 없다.
100만 원짜리 영광굴비 세트도 있다. 10마리가 한 상자에 똬리틀고 있어 1마리당 10만 원하는 셈. 판매담당자는 "35만 원짜리 세트는 팔리기 시작했고 100만 원 짜리 세트도 얼마 지나지 않아 팔릴 것"이라고 자신했다.
건강식품코너. 산삼 배양근에서 농축액를 모았다는 '산삼 엑기스' 120g의 가격은 무려 440만 원. "제조업체 사장님들, 은행 지점장 정도만 돼도 사갑니다." 담당직원이 말했다. 판매량도 고정적이라고 덧붙였다.
백화점 관계자들은 '뭔가 다른 선물'을 찾는 사람들이 있기에 비싼 선물을 갖다놓는다고 했다. VIP라 불리는 이들은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사업가나 고소득을 올리는 자영업자들.
비싼 선물은 배달도 '귀하게' 이뤄진다. 백화점 직원이 직접 '안전배달'에 나서기도 한다. 고가(高價)라는 부담으로 일반 택배회사에서 취급을 꺼리기 때문.
한 택배 관계자는 "물건가격이 일단 50만 원을 넘어가면 택배업계에선 고가로 친다."며 "초고가 선물세트를 받는 사람들은 엄청나게 까다로운 경우가 많아 배달하는 것도 고역"이라고 말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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