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노대통령 지방행사 돌연 취소…궁금증 '증폭'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22일 지방 행사 참석일정을 돌연 취소했다. 그것도 행사 참석을 위해 출발하기 직전이었다. 이처럼 계획돼 있던 공식 일정을 취소한 것은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이라고 한다. 지난 2003년 9월 광주·전남지역 합동 언론간담회를 하루 앞두고 눈병 때문에 행사를 '연기'한 적은 있었다.

노 대통령이 이날 참석키로 한 일정은 강원도 정선에서의 '신활력사업 성과 보고회'이다. 관련 부처 장관들과 균형발전위원장, 강원도지사, 시장·군수 등이 참석키로 했으며 행사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 5분까지 3시간 정도로 잡혀 있는, 지역 차원에서는 대규모 행사였다.

그런데 노 대통령은 참석을 위해 오전 8시 20분 헬기로 이동하기 직전,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갑자기 불참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물론 행사 자체는 그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했다.

불참 이유에 대해 윤 대변인은 "해외 순방에 따른 피로가 누적된데다 감기몸살까지 겹쳐서"라며 "일정이 너무 길었던 데다 한·미 정상회담 등의 일정으로 피로가 누적됐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최근의 유럽 및 미국 순방 행사는 14일간의 일정으로 노 대통령 취임 후 가장 길었던 것이었다.

그러나 이같은 이유만은 아닐 것으로 보인다. 최근의 정국 상황도 노 대통령의 피로를 누적시켰을 듯하다.

한미 정상회담만 해도 귀국 후 성과가 부각되기보다는 날이 갈수록 특히 북핵 문제 등에서 문제점들이 부각되고 있다. 송민순 청와대 안보실장 등 참모들이 적극 나서 회담 성과를 역설하고 있지만 그다지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때문인듯 귀국 후 정당 대표 등을 초청한 가운데 으레 갖게 되는 순방성과 설명회 등도 아직 갖지 않고 있다.

이것뿐이 아니다. 순방행사 전부터 논란이 됐던 전효숙 헌재소장 후보자 인준 문제가 아직도 해결되지 못한 채 정국의 쟁점이 되고 있는 것도 노 대통령에겐 편치않을 것으로 보인다. 절차상 하자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 후보자에 대해 재판관 청문회부터 다시 거치는 식으로 절충안을 제시했음에도 한나라당은 지명 철회를 거듭 요구하며 청문회를 보이콧할 태세인 것이다. 게다가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등의 문제를 둘러싼 논란도 숙지지 않고 있다.

그래서 이날 일정 취소를 두고 청와대 주변에서는 "노 대통령에게는 감기 몸살뿐 아니라 수심(愁心)도 깊을 것으로 보인다."는 평이 돌았다.

서봉대기자 jinyo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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