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터진김에 사법 개혁 '논의 장' 만들라

이용훈 대법원장의 발언들은 본란에서 이미 지적했던 바와 같이 法曹(법조) 현실에 대한 국민의 일반적 인식과 대체로 궤를 같이 하고 있다. 대법원장의 직설적인 표현 방식도, 꼭히 법리적으로 설명하진 못하지만 법조계 전반에 대한 일반 국민의 팽배한 불만과 불신을 국민 눈높이에 맞춰 표현했다고 이해할 수도 있다. 그래서 실속 없는 포퓰리즘이 우려됐던 것도 사실이다.

"검찰의 밀실 수사, 그런 기록을 던져 버려라" "변호사가 만든 서류는 사람을 속여먹으려고 장난치는 것" 등 상대를 眼中(안중)에 두지 않는 듯한 거친 발언에 이해 당사자의 반발 또한 당연하다. 사상 초유의 검찰총장의 공개적 유감 표명과 대한변호사협회의 대법원장 사퇴 요구가 나왔다.

그렇지만 대법원장의 발언에 대응해서 검찰총장이 직접 나설 일이었는지, 변협은 대법원장의 사퇴까지 요구할 일이었는지 생각해볼 필요도 있다. 파동이라면 파동의 실체와 실익을 분명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법원장은 이른바 코드 인사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정치적'권력적 의도 하에 고의로 말썽을 야기하는 싸구려 정치인 시늉을 낸 것은 아니라고 믿는다. 다만, 정치가 천박한 말장난으로 民生(민생)과 國益(국익)까지 차버리며 국민을 괴롭히는 현실에서 사법부 수장의 언행은 보다 어른스러워야 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이번 사태가 적절하게 잘 만들어졌다고 본다. 과잉 대응으로 이번 사태를 自尊心(자존심) 싸움, 나아가 밥그릇 싸움으로 변질시켜서는 안 된다. 말썽 정도로 미봉해서도 안 된다. 기왕에 사법부 밖에서 사법 개혁 논의가 있어왔다. 국민적 관심 속에 이른바 법조 3륜이 사법 개혁을 위한 자체 論議(논의)의 장을 만드는 계기로 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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