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특수수사일지…'가 기록한 의미있는 시청률 10%

KBS 2TV가 의욕적으로 기획한 4부작 수목드라마 '특수수사일지:1호관사건'이 21일 9.4%의 시청률(이하 TNS미디어코리아 집계)로 종영했다.

13일 11.0%로 출발한 이 드라마는 14일 12.8%로 시청률이 상승했지만 '여우야 뭐하니' '무적의 낙하산 요원' 등 경쟁작에 밀리며 20일 9.0%를 기록, 10%대 아래로 내려 앉았다. 결국 평균 시청률은 10.6%를 기록하는데 그쳤다. 이는 시청률 20%를 넘나들던 전작 '투명인간 최장수'에 크게 못미치는 성적표다.

이처럼 '특수수사일지:1호관 사건'(극본 유숭열, 연출 권계홍)의 시청률은 세간의 화제를 불러일으키기에는 무리가 있는 수치다. 하지만 이 드라마가 시도한 새로운 '실험'은 그냥 무시하고 넘어가기에는 그 의미가 상당하다.

16~20부작 미니시리즈와 멜로물이 대세를 이루는 국내 드라마 현실에서 이 드라마는 애초부터 4부작으로 기획됐다. 본격 추리물 장르에 도전했고, 청와대 내 살인사건이라는 파격적인 소재를 다뤘다. 완전 사전제작제로 만들어져 컴퓨터그래픽 등 후반 작업에 남다른 공을 들인 점도 차별점이다.

실제로 방송 종영 후 많은 시청자들은 프로그램 게시판에 호평을 올렸다. 김인주 씨는 "똑같은 사랑이야기와 똑같은 주인공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에 식상했는데 흥미있게 봤다. 시청률 때문에 질질 끄는 드라마보다 4부작이라 더 재미있었다"고 말했고, 허성수 씨는 "다음 편도 제작해달라"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권계홍 PD는 "우리 드라마 현실에서는 추리 장르에 대한 노하우가 쌓인 적도 없고 감각도 없어서 애를 먹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특히 극중에서 주인공의 인간적인 면을 어느 정도 다루느냐를 놓고 고심했다"면서 "외국시청자는 사건의 트릭에 관심을 보이지만 우리 시청자는 '왜'에 관심을 보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이 같은 실험적인 시도에도 불구하고 보완해야할 점도 눈에 띈다. 살인사건을 둘러싸고 팽팽하게 높아진 긴장감이 주인공인 소이현과 윤태영이 함께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오히려 느슨해진다거나, 청와대 내에서 총소리가 울리고 총을 든 경찰이 대통령 집무실에 뛰어드는데도 불구하고 대통령 경호원이 한참 동안 등장하지 않는 등 일부 설정은 현실과 한참 거리가 있었다.

또 4부 중반 사건이 마무리될 때 윤태영이 살인사건에 대해 추리한 것을 길게 설명하는 장면이나, 범인 검거 후 이에 대한 개연성을 부여하기 위한 부연 설명이 장황한 것도 긴박감을 다소 늦췄다.

이 드라마와 관련해 김종식 KBS드라마2팀장은 "이처럼 4부작 형태의 미니시리즈에는 광고가 잘 붙지 않기 때문에 수익면에서는 오히려 손해에 가깝다"고 말하면서도 "하지만 KBS는 이번 드라마를 계기로 내년에도 다양한 장르의 초미니시리즈를 4편 가량 더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KBS의 적극적인 태도에 타 방송사 PD들은 부러운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얼마 전 성공적으로 미니시리즈 연출 데뷔를 한 SBS의 젊은 PD는 "KBS가 '드라마시티'라는 단막극을 토대로 젊은 PD들이 여러가지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밀어주는 분위기가 참 부러웠다. KBS이니까 할 수 있는 시도"라고 말했다.

최근 드라마계에 불고 있는 '장르파괴' 현상과 맞물려 KBS의 이런 실험이 어떤 반향을 일으킬지 주목된다.

(연합뉴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