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나사가 풀려도 너무 풀렸다. 야당다운 맛은 고사하고 연이은 헛발질이나 도덕적 해이로 실망을 주고 있다. 대변인의 쿠데타 망언 파문, 대권주자 간 '된장녀'노가다' 소동, 군부대 평일 골프, 부대변인 36명 무더기 임명 등이 이 당의 현 수준을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이런 당에다 대고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문제, 부동산거래세 인하에서 오락가락한 점, 헌법재판소장 임명동의안에 미숙하게 대응한 점을 따지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다. 고통스런 민생문제에 대해 제1야당으로서의 역할 不在(부재)를 탓하는 것도 역시 無意味(무의미)한 일이다.
대변인이 며칠 전 '태국 군부 쿠데타로 쫓겨난 탁신 총리를 노 대통령이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한 것은 그야말로 쿠데타적 망언이다. 아무리 정권이 밉다 해도 그렇지, 헌정질서를 우습게 아는 듯한 심정이 깔려있지 않고서야 뱉을 수 없는 발언이다. 어떤 해명을 갖다 붙여도 한나라당 한 구석에 어른거리는 지난날 쿠데타의 망령을 떠올리게 했다. 최소한 公黨(공당)의 품격을 생각한다면 당연히 무겁게 문책할 사안이다. 그런데도 한나라당에서 아직까지 대변인에 대해 엄중 경고했다는 소리 외는 들리는 게 없다. 아둔한 정치 감각이다.
박근혜'이명박 두 대권주자 지지자들 간에 벌어진 '된장녀' '노가다' 비방전은 한심스럽다 못해 측은할 정도다. 양측 모두 자살골을 쏘아대는 어리석은 짓이다. 양측은 당 지도부가 강력하게 誹謗戰(비방전) 자제 요청을 해도 말을 듣지 않고 있다. 벌써 이런 조잡한 흠집 내기에 핏대를 올리니 시일이 흐를수록 어떤 추악한 양상이 나타날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열흘 전 국방위 소속 한나라당 의원 3명과 전문위원이 평일에 해병대사령부 골프장에서 골프채를 휘두른 것은 당의 기강이 땅에 떨어졌다는 단적인 사례다. 평일 골프 금지를 담은 의원 윤리강령을 채택한 게 불과 보름 전인데 이들 의원들은 콧방귀를 쳤다. 더구나 국정감사 被監機關(피감기관)을 찾아가 '접대'를 받았다는 점에서 국회의원으로서 기본적 소양마저 저버렸다.
강재섭 대표는 엊그제 관훈토론회에서 한나라당 내부가 계속 시끄러운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라는 식의 답변을 했다. 물론 생산적 논쟁 때문이라면 그렇게 볼 수 있다. 하지만 당 지도부의 令(영)이 서지 않을 정도로 말썽이 잇따라서는 국민의 마음만 돌아서게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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