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즐 -디지털 인식론
다빈치의 명작 모나리자를 수백 개의 작은 조각들로 나누고 그것을 마구 섞어놓은 다음 하나하나 맞추어 그림을 완성하는 아이들을 보고 있노라면 경의 그 자체이다. 비슷비슷한 모양과 색깔임에도 하나하나 정확하게 제자리를 찾아내는 것이 뭔가 원리나 요령이 있을 법한데 아이들의 대답은 너무도 간단해서 허탈할 뿐이다. "손이 가는 대로 느낌이 가는 대로 하는 건데요."
퍼즐 조각을 섞을 때 어떤 질서가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들은 무질서, 혼돈 속에 있을 뿐이다. 그리고 그것을 집는 것도 특정한 순서가 있는 것이 아니다. 마음 가는 대로, 손 가는 대로 집는다. 혼돈의 상태로 있는 것을 무작위로 집는 것이다. 다만 완성된 '전체 그림'에 대한 사전 인식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아무것도 없는 공허한 흰 바닥에 놓는 첫 번째 조각은 무엇일까? 그림의 종류에 따라 다르겠지만 흥미를 끄는 것은 사람이나 동물의 얼굴 그림이다. 무작위로 퍼즐 조각을 집어서 확인하고 또 확인하여 찾아내는 첫 조각은 바로 눈이다. 눈동자를 제 위치에 놓음으로써 그 복잡하고 무질서한 조각들이 서로 조화된 하나의 그림을 완성하기 시작한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많은 사람들이 제일 어려워하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부분은 단연 사람관계이다. 겉으로는 웃으면서 결정적인 순간에 등에 비수를 꽂기도 하고, 절대 괜찮다고 하고서는 나중에 섭섭함을 토로하기도 하며, 눈앞에서는 친한 척하면서 뒤에서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을 하기도 한다. 어지간히 정신 차리지 않으면 그 사람의 속내를 알 수 없다. 그럼에도 우리는 쉽게 사람에 대해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자신의 일방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상대방을 재단해버린다. 자신의 확정된 선형 파장을 통해 타인을 파악하는 아날로그식 인식론이다.
퍼즐적 인식의 특성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백지 판에서 시작한다는 것과 계속 추가하여 놓여진다는 것이다. 선입견이 없다는 것이요, 성급하지 않다는 것이다. 핵심적 출발점을 찾고 하나하나 조각들을 보태어 갈수록 저절로 분명해진다. 퍼즐의 디지털 인식은 겸손, 배려, 기다림이다. 성급한 판단은 교만을 낳고 교만은 독단을 잉태한다. 저 아이들에게 집중의 즐거움을 타고 들어가는 디지털 인식이 나를 미소 짓게 한다.
황보 진호 하늘북커뮤니케이션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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