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료로 읽는 미국사/한국미국사학회 엮음/궁리 펴냄
국내 미국사 연구자들로 구성된 한국미국사학회가 미국사와 관련된 수많은 사료 가운데 학자들의 진위 판별을 거친 사료들을 뽑아 엮은 책이다. 역사 연구에 필수적인 재료인 사료는 크게 비문헌 사료와 문헌 사료로 나뉜다. 비문헌 사료는 역사적 유물, 유적, 영상물 등 문자화되지 않은 자료를 말하며 문헌 사료는 각종 공적·사적 문서, 연대기, 전기, 회고록 등 문자로 기록된 자료를 지칭한다. 사료가 역사 연구에 사용되기 위해서는 진위를 밝히는 작업인 '사료 비판'이 선행되어야 한다. 위물, 위서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 책에는 1492년 콜럼버스가 항해를 떠나기 전 에스퍄냐 국왕 페르난도와 여왕 이사벨로부터 하사 받았다는 특권과 특전을 다룬 것에서부터 9·11 이후 테러에 대응한다는 취지로 2002년 미국 의회를 통과한 '본토안보법'에 이르기까지 사료 비판을 통과한 122편이 실려 있다.
각 사료에는 당시 시대배경, 사람들의 생각 등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1620년 영국의 '순례 시조들'이 북아메리카에 도착한 직후 체결한 '메이플라워서약'을 통해서는 새로운 땅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사람들의 결연한 각오를 엿볼 수 있으며 1925년 브루스 바튼이 지은 책 '아무도 모르는 사람'은 기독교 이야기를 사업가에게 유용한 방식으로 재해석, 이용하고 있는 점에서 시대상을 반영하고 있다. 브루스 바튼은 주일성경학교에서 말하는 유약하고 여성적인 예수의 이미지를 비난하고 근대적 사업의 창시자로서 예수를 재발견했다. 상업과 물질 문명이 지배한 1920년대 미국 문화가 투영된 결과였다.
1963년 8월 28일 미국 노예해방 100주년을 기념하고 민권법 상정을 압박하기 위해 워싱턴에서 열린 평화 행진에서 마틴 루터 킹 목사가 한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는 연설은 마틴 루터 킹 목사 특유의 호소력과 설득력이 잘 드러난 탁월한 명연설로 오늘날까지 그 감동이 전해지고 있다.
또 사료 앞부분에 관련 해설을 추가해 독자들의 이해를 높였다. 노예제 성립 근거가 되는 법령 소개에 앞서 미국에 흑인이 들어온 것은 1619년이며 이들 흑인이 처음부터 노예였는지, 단순한 계약 노동자였는지 학자들마다 견해가 다르다는 해설을 덧붙였다. 존 오설리번의 '명백한 운명'이라는 사료에서는 1830, 1840년대 미국인들은 그들 국가가 하느님의 은총을 받아 신에게 부여받은 특별한 권리를 가지고 있으며 이를 널리 확대해야 한다고 굳게 믿었다. 이러한 생각이 영토 확장 주장을 정당화하는 측면으로 발전했음을 설명하고 있다.
미국 정부의 원주민정책에 전환점을 초래한 도스법의 경우 원주민 개인에게 40 또는 80, 160 에이커의 농지를 주어 농업이나 목축업을 통해 가족을 부양할 수 있도록 했으나 원주민들이 분배받은 땅을 악덕 백인 투기꾼과 사기꾼들에게 갈취당하는 폐해가 속출, 법 취지가 퇴색되었다는 것.
이와 함께 이 책은 주제를 정하기에 따라 미국 대외정책사나 미국정치사 등의 맥락을 잡아 보는 독서가 가능한 장점도 갖고 있다. 미국 흑인과 관련된 사료가 17세기 후반 '노예제의 성립'부터 1965년 '존슨 대통령의 왓츠 폭동에 관한 성명'까지 20여 편 수록되어 있어 미국흑인사를 정리하는 유용한 길잡이 역할을 하고 있다. 636쪽, 2만 5천 원.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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