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이란? 어디에서든 일어나기 마련이다. 기적 같은 삶도 마찬가지. 따지고 보면 가장 가치 있는 기적이란 한 사람의 변화된 삶이 아닐까? 술독에 빠졌다 나온 알코올 중독자, 10년 만에 일어난 하반신 마비 장애우, 86년 만에 주민등록증을 얻은 노인. 경북 고령군 우곡면 들꽃마을에서 이들 3명의 달라진 세상을 만났다.
#하반신 마비 10년 만에 풀었죠
11년 전 오토바이를 타고가다 교통사고를 당해 뇌병변 장애 및 하반신 장애판정을 받은 서상순(49·지체장애 1급) 씨. 그동안 대소변조차 누워서 봐야 할 정도로 힘든 생활을 해왔다. 하지만 지난 4월부터 들꽃마을 내 물리치료실이 생기면서 달라지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근력을 키우기 시작, 팔 힘이 생기면서 10년 만에 척추를 세우고 일어나 앉을 수 있게 된 것. 휠체어를 탈 수 있게 되자 나들이도 가능해졌다.
그는 내친 김에 지난달엔 래프팅까지 도전했다. 전북 무주군 금강에서 열린 '들꽃사랑 여름캠프'에서 그는 거친 물살을 이겨내며 평생 잊지못할 도전사를 남겼다. 그는 "10년 동안 누워만 있다 세상구경을 하게 되니 너무 좋고 기쁘다."며 "옷도 다 젖고 힘들었지만 또 다른 도전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서 씨는 이제 혼자서 휠체어 바퀴를 움직여 다닐 정도로 많이 좋아졌다. 아직은 재활치료를 더 받아야 하지만 직업재활센터에 나갈 포부도 갖고 있다. 그는 "내가 한때 북성로에서 잘 나가는 용접장이였다."며 "몸이 계속 좋아지고 있기 때문에 빨리 일도 하고 돈도 벌 생각"이라고 말했다.
#86년 만에 생긴 주민등록증
86년 만에 처음 신청하는 주민등록증. 김영만 씨는 지난 6일 우곡면사무소에 접수한 주민등록증 발급신청서를 들고 환하게 웃었다. 무적자에서 비로소 경북도민이자 고령군민이 되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그동안은 주민등록증이 없었다. 이달 초 우곡면사무소에서 열손가락 지문을 모두 채취해도 아무런 기록이 없었다. 경찰 과학수사대에서 조사까지 했지만 그에 관한 기록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김 씨는 부모도 모르고 학교라고는 문턱에도 가보지 못했으며 남의 집 머슴살이로 평생을 살아왔다. 포항, 경산 등에서 남의 집 일꾼으로 밭일을 하고 소를 먹이고 월급없이 끼니만 해결했다. 당연히 주민등록증 발급은 생각지도 못했다.
김 씨가 새 삶을 살게 된 것은 7년 전. 하양성당의 한 수녀가 그를 들꽃마을로 데려왔으며 팔순이 다 된 나이에 비로소 자유를 만끽했다. 이젠 주민등록증까지 발급받게 돼 더없이 기쁘다. 매월 5만 원씩 노인연금도 받게 돼 국가로부터 혜택도 받게 됐다. 시장도 보러 다니고 좋아하는 보신탕도 먹으러 다닐 예정.
그는 "그동안 내가 왜 이렇게 한심하게 살았는지 후회된다."며 "하지만 이제 한 살이 된 듯 기쁜 마음은 아무도 모를 것"이라고 아이처럼 웃었다.
#술독에서 헤어나니 세상이 달라보여
임성규(52) 씨는 7, 8년 전만 해도 술이 식사였다. 아침, 점심, 저녁으로 소금과 김치를 안주삼아 소주를 마셔댔다. 소주 외에는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오직 술만이 인생의 전부였던 셈.
중학교 3학년 때부터 친구들과 모여서 마시기 시작한 술은 30대에 들어서면서 중독증상을 드러냈다. 술과 함께 시작된 방랑벽은 부랑자 같은 삶을 살게 했다. 마흔을 지나면서는 정신병원에서 알코올 중독 치료를 받는 삶을 살게 됐다. 하지만 이때도 하루 소주 4, 5병씩 몰래 마시곤 했다. 간경화, 지방간 등 고통도 많아 죽으려 몇 번 시도도 했지만 모진 게 목숨인지라 쉽지 않았다.
이런 그가 4년 전 들꽃마을로 오면서 변화하기 시작했다. 술을 구할 곳이 없었고 서서히 자제할 능력이 생기기 시작한 것. 이젠 한 달에 한 번 정도 소주 한 병을 마시는 정도로 좋아졌다. 술을 끊자 세상이 달라졌다. 2년 전부터는 직업재활센터에서 스타칭기(박스 만드는 기계)를 만지며 어엿한 직장인이 된 것. 돈도 500만~600만 원 모았다. 임 씨는 "육남매 중 장남인데 그동안 왜 그렇게 살았는지 후회된다."며 "돈을 더 모으면 결혼도 하고 아이도 키우고 싶다."고 했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사진·정재호 편집위원 new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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